“여성들이 투표하고 법을 만들겠다고 계속 고집하면 우리의 저녁 식사는 누가 차릴 것이며, 양말 깁는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이 질문이 우스꽝스럽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성이 선거에서 투표하고, 대학에 간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여성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소유하고 있는 많은 권리를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포기해야만 했다.

  누군가는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며 달리는 말에 몸을 던졌고, 누군가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요구하다 단두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져버리지 않았다.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여성의 신념으로 여겨지던 그 시대, 모두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권리를 주장한 이들의 용기와 헌신은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가 됐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던가. 불과 몇십 년 전, 철옹성 같은 성문법과 불문법에 의문을 던진 사람들이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에 복종하고 사회 통합을 꾀하는 방법이 전부였던 시기에 역사의 발전이 투쟁에 있다는 진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들이 이상을 져버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과 타협했더라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그저 망상에 불과했을 것이다.

  역사가 새로운 시대 앞에서 머뭇거릴 때 칼을 겨눈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기억한다. 먼 훗날, 우리도 그들과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 속의 일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처절했던 삶과 잊힌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세상을 좋게 바꿔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버리고 우리 스스로가 사회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우리의 싱그러운 열망은 역사의 횃불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약자에 대해 어떠한 따뜻함을 베풀어줄 수 있는지, 민주주의란 미명 하에 소수의 지배 세력이 권력을 악용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의문을 가지자. 때로는 나의 헛된 공명심이 모두의 이상을 더럽히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자.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지 말고, 지구 반대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이유로 고통받고 있을 타인의 삶까지 생각하자. 그리고, 기꺼이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자. 진리를 향한 우리의 땀과 눈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넓은 바다가 되기를. 나아가 우리가 만든 그 바다에서 큰 파도가 칠 수 있기를.

정유리 학생 논설위원 (영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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