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라도 부르면 나타날 수 있는, 하지만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져 버리는, 뜬구름처럼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다.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지, 그리고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우리의 의식으로 연결되는 생각이 있다. 바로 그것을 어떻게 나의 개념으로 만들 것인가를 설명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디어를 꺼내놓고 그것을 정제하기 전에 먼저 그 아이디어가 탄생한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 애초에 그러한 아이디어가 왜 생겼으며, 어떤 성격의 것인지를 조금 더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 그러니까 아이디어와 더불어 아이디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이다. 이 맥락은 대개 분명 우리 자신이다. 무수히 많은 체험 속에서 무엇을 붙잡아뒀든, 혹은 무엇을 붙잡고 다시 되새기거나 나누기를 원하든, 일단 그것을 붙잡은 것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내’가 먼저 명료하고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아이디어가 가진 근본적인 방향이나 목적 등을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아이디어에 관해서 묻기보다는, 그 아이디어를 만든 우리 자신에 관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특정한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왜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게 된 것인가?”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되, 막연한 백지상태에서 하지 않는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우리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현재까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고, 다양한 생활 습관이 있으며 가끔은 다른 이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게 만드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특성은 우리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든지 그 근본에서부터 해당 생각을 통제한다. 우리는 보통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 혹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사유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가 자주 경험하거나 확신하고 신념으로 삼는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대상이 어떠하든지 간에 그것들을 적용하며, 좀 더 근본적으로는 바로 그러한 가치의 맥락에 기초하여 생각할 거리를 결정하고 고민한다. 이 점에서 우리가 하는 생각들은 철저하게 우리의 삶의 가치의 맥락 혹은 삶의 형태의 맥락을 따른다.

  따라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내가 삶 전체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평범하든, 혹은 무언가 독특하든 그것들과 상관없이 우리 각자는 우리 자신이 분명하게 추구하는 가치의 맥락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는 우열이 없다. 물론 우리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의 맥락, 이를테면 고유성과 정체성이라 생각하는 것도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각과 개념의 영역에서 우리 자신을 근본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자신의 방향성을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우리의 이름 자체만으로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아닌 우리의 삶이 움직인 궤적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준승(예술대학 디지털공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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