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은 끝났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57개 하수처리장 모든 곳에서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 최근 유명 작곡가 A 씨가 투약해 논란이 일었던 메스암페타민부터 엑스터시, 코카인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수처리장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수가 모두 모인다. 개중에는 불법 마약에 중독된 이들의 분비물도 포함되므로, 역추적을 통해 전반적인 마약 유통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필로폰 일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22.9mg. 필로폰의 1회 투여량이 30mg인 것을 감안하면, 1,300명당 1명은 매일 마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대검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국내 마약 사범은 1만 6,153명으로, 2010년 대비 65.9%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청년층의 비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 3,033명 중 10~30대 비율은 전체의 63.2%에 달한다. 더불어 지난해 검거된 19세 이하 마약 사범은 4년 전보다 278.2% 급증한 450명으로, 미검거율을 감안하면 실제 10대 마약 사범은 약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빠르게 양지화되는 마약, 그리고 어려지는 마약 사범들. 원인은 거래 방식의 변화에 있다. 직거래로 마약을 주고받던 과거와 달리, 해외 SNS나 가상화폐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성행하는 것이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은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마약을 쉽게 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접근이 쉬워진다 한들, 마약은 호기심의 영역이 될 수 없다. 필로폰이라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은 식욕 상실, 분노조절장애를 유발하며 뇌혈관 파열, 심부전 등으로 사망할 위험을 동반한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 코로나19보다 많은 사망자를 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과 투여 시 호흡이 중단된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마약 투여는 멈출 수 없다. 각성 이후 손상된 도파민 신경계와 통제할 수 없는 우울감 때문에 더 강하고, 위험한 마약을 갈구하게 된다.

  한국은 현재 ‘마약 골든타임’이다. 마약 성행의 시발탄이 쏘아진 지금, 마약의 대중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가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마약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중독될 수 있는 마약, ‘한 번만’은 없다.

김한비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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