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며 메모장에 썼던 글을 옮겨보려 한다.

  영화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부부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꽤 현실적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자기 삶이 뒷전으로 밀려난 여자, 그리고 와이셔츠가 덜 말랐다며 바닥에 던지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화내고, 임신한 여자에게 애 낳는 게 대수냐고 타박하고, 살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여자에게 차갑고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자.

  이를 모두가 경험해 온, 그렇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편성’으로 담아낸 것만으로도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더 절망적인 것은 동시에 남자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툴렀던 착한 남편’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영화는 남자가 앞선 행동들을 하긴 했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다고, 폐암에 좋은 음식을 검색하고, 여자가 쓴 ‘죽기 전 하고 싶은 10가지’를 발견해 소원을 이뤄주는 ‘둘도 없는 사랑’이라고,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반전이자 이 사회 남편들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는 모든 것을 좋게 좋게 끝내려고 한다. ‘우리 모두 서툰 인간이잖아. 그렇지만 진심은 모두가 알잖아’라며 이해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가 여성의 고통을 얼버무리고 묵인을 강요하는 사회의 일면과 오버랩 돼 공감할 수 없었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 남자의 속성인 양 표현하는 이야기는 너무 많았다. 2022년 김첨지의 속사정은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영화는 이 모든 고난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다워”를 말하고 싶었겠지만, 어떤 여성이 영화 속과 같은 현실을 살면서도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감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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