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 2022 볼로냐 라가치 상, 2022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 과연 이 그림책은 파도와 함께 독자를 어디로 데려가 줬을까?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의 판형과는 달리 가로가 긴 직사각형 형태이다. 책을 펼치면 제본 선을 기준으로 왼쪽 면에는 소녀가, 오른쪽 면에는 파도가 그려져 있다. 제본 선에 의한 공간 분할과 가로가 긴 판형으로 인해 독자들은 소녀와 파도를 한눈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이곳저곳을 구분해 각각의 장면을 봐야 한다. 이 두 면을 함께 바라보면 독자는 두 공간이 통합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가로로 길게 뻗은 판형은 파도와 소녀의 거리, 그리고 거리에 대한 극복을 잘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소녀는 파도를 두려워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그 경계를 뛰어넘어 파도와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인상 깊은 것은 소녀는 혼자 파도를 마주한다는 것이다. 소녀와 파도의 놀이가 끝나고 나서야 보호자로 보이는 성인 여성이 등장한다. 성인 여성의 등장은 마치 그림책에서의 글자의 역할과 같다. <파도야 놀자>에는 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녀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파도를 즐기는데, 소녀의 이러한 모습은 독자들이 글자의 공백을 채우는 일을 스스로 해내는 것과 같다.

  아동문학 평론가인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김소영 교수는 어린이에게 문학은 장소이다. 어른들에게는 문학 외에도 주어진 장소가 많지만, 어린이에게는 이야기와 책,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이야기하며 어린이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 페이지에 독자 혼자 머무르는 시간이 긴 그림책은 어린이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기에 그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질 것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그림책은 일반적이고 정형화돼 있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책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는 계몽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하나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예술로 존재해야 한다. 책의 표지, 질감, 그리고 책을 넘기는 것까지. 책의 물성 모든 것이 독자가 책을 읽는것을 넘어서 독자가 책을 경험하는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은지 학생 논술위원 (국어국문 20)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