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없는 언니들 13화에서 소식의 대표주자들이 서로 우열을 가리는 모습이다
△ 밥맛없는 언니들 13화에서 소식의 대표주자들이 서로 우열을 가리는 모습이다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에서 ‘음식’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먹방’부터 요리 과정이 콘텐츠가 되는 ‘쿡방’까지. 가히 눈 돌린 모든 미디어에서 음식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맛있는 것을 많이 먹는 것에 열광하던 기조에 슬그머니 ‘소식(小食)’이라는 녀석이 등장했다. 대중들이 소식을 대하는 반응 역시 심상치 않다. 그렇다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소식의 인기는 어디서부터 출발했으며 그 비결은 무엇일까.

지금은 소식 시대!
  ‘소식’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유튜브의 한 영상에서 출발했다. 채널 <김숙티비>에서는 ‘최강 소식좌 박소현 & 산다라박과 함께한 비디오스타 먹방 모음(4년 치) 대공개’라는 제목으로 소식하는 이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영상에서 박소현이 아이스 바닐라라테를 한 끼 삼아 먹고, 산다라박이 바나나 한 개도 채 먹지 못할 때 김숙은 도시락 하나를 깔끔히 다 먹는다. 이때 산다라박과 박소현이 남긴 양을 보며 허탈해하는 김숙의 반응이 시청자들의 웃음 포인트가 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입소문을 타면서 ‘소식’이라는 키워드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고, 박소현과 산다라박은 ‘소식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 7월 제작된 <흥마늘 스튜디오>의 ‘밥맛없는 언니들’은 평균 조회수 222만 회(2022. 10. 14. 기준)를 웃돌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밥맛없는 언니들’에선 일명 소식좌, 대식좌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식습관을 조망한다. 출연진들은 각자 먹는 것에 있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그들이 음식 앞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통해 소식하는 행위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들의 삶 자체를 관찰했다.

  소식의 인기에 불을 붙인 건 이뿐만이 아니다. ITZY의 멤버 채령이 유튜브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해 한 말이 장안의 화제다. 영지의 “언니는 폭식해본 적 있어?”라는 질문에, 채령은 “당연히 있지! 너 프링글스 한 통 다 먹어본 적 있어?”라며 반문한다. 이후 이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프링글스 한 통은 밥 먹기 전 속을 달래기 위한 애피타이저 아니야?”, “근데 나도 한 통 다 먹은 적 없는 듯”과 같은 갑론을박으로 이어졌고, 위 발언이 마침내 소식 밈(meme)으로까지 자리 잡게 됐다.

소식의 매력에 풍덩~
  그렇다면 소식이 콘텐츠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소재의 신선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지금껏 한국은 이른바 ‘많이 먹는’ 콘텐츠에 포화상태였다. 이에 점점 자극적인 요소들이 더해지고 ‘먹뱉(먹고 뱉기)’ 등 부작용도 속속들이 나오는 상태다. 이때 등장한 소식은 가뭄 속 단비처럼 평균적인 1인분의 개념을 새롭게 상기시키며, 적당히 먹는 것을 원했던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면치기’를 강요하는 패널들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소식 콘텐츠는 ‘먹는 것’에 있어 옳고 그름을 평가하지 않는다. 소식가와 대식가가 함께 등장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역설적으로 ‘식문화’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자각시켜 각자의 식습관을 존중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결국 모든 사람이 해당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소식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도 인기에 한몫하는 요인이다. 본교 커뮤니케이션콘텐츠학과 김수희 교수는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소식과 자기관리를 연결 지을 수 있다”며 위와 같은 현상을 분석했다. 이는 소식이 과식과 대비적으로 구조화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소식 콘텐츠의 주인공이 연예인이다 보니 시청자들은 소식하는 사람을 예쁘고 멋있으며 건강하게 자신을 가꾸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대세 지속될까, 아직은 ‘미지수’
  그러나 소식 콘텐츠에도 분명 극복해야 할 점은 존재한다. 소식은 가진 인기에 비해 그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됐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기존 먹방의 반작용으로서 ‘색다름’에만 집중해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편승효과1)로 인해 대중들의 불안정한 식습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도 갖고 있다. 외모에 대한 강박과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소식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이를 따라가는 대중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소식은 음식 콘텐츠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을 환기해준 소식(小食). 과연 급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1) 편승효과: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는 효과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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