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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싸움’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데이트 폭력으로 발생하는 살인 피해자 1주에 1명꼴
2015년 08월 24일 (월) 16:03:27 동덕여대학보 ddpress@dongduk.ac.kr
   

여러 매체에서 대학생에게 현재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성적, 취업 그리고 연애가 대부분이다. 20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연애’인 만큼 남녀 관계와 더불어 요즘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난 19일 본교 본관 뒤 정원에서 학우 4명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B : 남자친구는 나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돼요. 관심 없는 장르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는 것들이 있죠.
C : 항상 제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겨 든든해요. 고민상담을 할 때도 남보다 훨씬 위로가 많이 되죠.

남자친구가 생기면 좋은 점에 대해 물어보자 자신의 애인을 앞다퉈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들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 외에도 각자의 연애관을 자유롭게 나눠 본 결과, 좌담회에 모인 학우 대부분이 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행복할 것만 같던 연애가 어느 한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연인 간에서 이뤄지는 ‘데이트 폭력’이다. 사랑을 가장한 도를 넘는 집착으로 인해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수위도 높아져, 데이트 폭력은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B : 제 친구의 남자친구는 술을 마시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폭력적인 행동을 한대요. 여자친구를 때리기도 하고요.
C : 제 주변에도 있어요. 지인의 남자친구는 아예 다른 사람을 못 만나게 하거나 만나더라도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해요. 심지어 이전에 찍어놓은 사진일 수 있다며 시계를 같이 찍어 보내라고까지 요구한다더라고요.

데이트 폭력이란 서로 교제하는 미혼의 동반자 사이에서,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의 위협 또는 실행을 말한다. 최근 연인 간의 폭력으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가 늘어나면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문제가 급부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JTBC에서 실제 폭력 피해자 여성이 상황을 설명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심각한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이에게 알려졌다.
지난 5년간 데이트 폭력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신고된 사건만 3만 6천 건에 달한다. 이 중 290명은 살해당했다. 5년 동안 일주일에 한 명씩 데이트 폭력으로 죽음을 맞은 셈이다. 연 단위로 평균을 내보면 데이트 폭력은 약 7천 건이 접수됐으며, 작년 한 해 간 살인 또는 살인미수가 313건, 폭행 2,667명과 강간 678명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위 수치는 신고된 것만 기재한 것이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 신고율이 2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5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치상으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좌담회에 참여한 네 학우는 그 심각성을 실제로 체감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A : 그 첫째 이유가 남자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폭력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 문제를 폭로하면 가족과 친구는 당연히 헤어지라고 말하겠죠. 그리고 남자친구가 처벌받을 것이 뻔하잖아요. 그게 싫으니까 본인끼리 해결하려 하는 거죠.
D : 연인 관계에서 있었던 지극히 사소한 부분이 외부로 까발려지거나 상대방의 보복 등이 두려워 드러내지 않고 감수하는 경우가 태반이지 않을까요?
B : 과거 페이스북에 애인이 자주 주먹을 휘두른다는 고민을 올린 여성이 있었어요. 그런데 게시물에 ‘맞을 짓 했으니 일어난 일 아닌가’라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이런 목소리가 여성이 쉽게 데이트 폭력을 고발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거예요. 또, 스스로 폭력을 당하더라도 본인이 잘못한 부분도 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죠. 자존감이 약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에요.
C : 평소 남자친구가 굉장히 다정하다가 특수 상황에서만 이상 행동을 보인다면 그 또한 이유가 될 것 같아요. ‘내 애인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술 때문에 그러는 거야’라는 핑계를 대면서요. 또,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던 제 친구는 난폭한 성향 외에 다른 면은 완벽해서 참을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사실 그 하나가 다른 모든 장점을 잊게 하는데 말이죠.
A : 만약 제가 실제로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솔직히 경찰에 신고하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정도가 심하더라도 부모님께 상담하는 정도에 그칠 것 같아요.
D : 저도 우선 애인과 대화로 해결하려 할 거예요. 무엇이 잘못됐는지 일러주고 함께 고쳐나가도록 노력해야죠.

실제로 피해 여성의 40%가 폭행 이후에도 애인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력적인 애인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 1순위로 ‘사랑하기 때문에’가 꼽혔다. 또한, ‘헤어질 만큼 심하지 않아서’와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해서’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학습된 무능력’ 때문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초반에는 폭력이라고 인지하기 힘든 행위로 시작하고, 이에 익숙해져 결국 점차 폭력의 강도가 세져도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이유로 폭력을 묵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D 학우는 애매한 폭력의 기준이 또 하나의 원인이라 말했다.

D : 어디까지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지 명시되지 않았잖아요. 저희끼리도 그 기준이 각각 다를 것 같은데요.
B : 데이트 ‘폭력’이라 칭하려면 물리적인 행위가 수반돼야 하겠죠. 구타, 강제적 스킨십, 스토킹 등이요.
A : 저는 언어적 폭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넌 그래서 안 돼”처럼 무시하는 발언, 애인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것까지 포함해야 해요.
C : 저도 A에 동의해요. 앞서 말했던 제 친구의 사례를 생각해보세요. 그 친구는 남자친구의 집착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다고요.
D : 실제 구타가 없더라도 힘의 우위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도 마찬가지예요. 공포스러운 분위기 자체가 애인에게 부담될 수 있죠.

이처럼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견해에서 각각 많은 차이를 보인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의 기준을 묻자 남성은 ‘신체 폭력이 있을 경우’에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여성은 ‘직접적인 욕설’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 남성은 ‘화났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를 꼽았고 여성은 ‘상대가 잘못해서’, 또는 ‘상대가 먼저 욕이나 폭력을 행사해서’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원일 변호사는 “은밀한 내용이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사실을 외부로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경우에도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어 3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벌을 준다. 위와 같은 은밀한 사안을 유포하겠다고 겁을 줘 금전적인 지급을 요구할 경우에는 공갈죄가 성립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더불어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돼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물리적인 폭력이 가해졌다면 형법상의 폭행,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고, 폭력이 상습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처벌 수위는 가중된다”라며 데이트 폭력의 경우 위에서 언급된 내용이 하나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죄질에 따라 처벌의 경중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데이트 폭력을 숨기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라며 위해를 당한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점을 감수한 채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애인은 법적으로 남이기 때문에 그나마 처벌이 쉬울 수 있지만, 부부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편의 폭력으로 사망한 부인의 경우도 있는가 하며, 폭력을 견디다 못해 오히려 남편을 죽인 사례까지 존재했다. 영화 <하모니>에서도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던 주인공 홍정혜(김윤진)가 결국 살인을 저질러 교도소에 간 장면이 나온다.


피해자는 연인 사이에만 끝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과 심지어 가족까지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옛 여자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유로 홧김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사건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사안에 대해 어떤 대비책이 마련돼 있을까. 데이트 폭력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않고 피해자들이 장기간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데 반해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져 있어 엄중한 징계가 가능하지만, 데이트 폭력의 경우 하나의 특별법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기존의 형법에 의해 처벌된다. 폭행이나 살인 등 물리적 위해가 없으면,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10만 원 이하의 벌금형만 처해질 뿐이다.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은 피해 사실을 희석하거나 가해자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역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담당하는 기존 상담소에서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도 받기 힘들다.

A : 하지만 실질적으로 적절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연인 사이에 폭력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이 정말 주관적인 거잖아요. 법적으로 뚜렷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학우 모두 법적으로 제도가 강화돼야만 데이트 폭력을 해결하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며, 정책이 하루빨리 수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영국과 독일 등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이미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있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가정폭력특례법에 포함하거나 법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했다. 영국은 이에 대해 일명 ‘클레어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2009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인 클레어 우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는 클레어법은 데이트 상대방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독일과 일본은 모두 징역형이나 무거운 벌금을 물리고 있고, 미국 역시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위해를 당했을 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정당방위의 범위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그 범위가 굉장히 좁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무수한 피해를 입었더라도 가해자가 피해를 전혀 입지 않는 선에서 저항해야만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가해자가 다치기라도 하면 아무리 피해 정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쌍방과실이 돼버린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가해자를 살해해도 정당방위로 충분히 인정받는다.


학우에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안과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법안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묻자 의견이 양분됐다. 두 명의 학우는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조차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라며 피해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학우들은 “가해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등 강제적으로 피해자와 떨어뜨리는 것 또한 피해자 보호의 한 종류다. 게다가 처벌을 강화해야 일벌백계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데이트 폭력에 대한 법 제도가 미비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인권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는 2001년부터 데이트 폭력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캠페인을 열고 홍보물도 제작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데이트 폭력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논문발표회와 집담회를 열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현장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런 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 학우들은 “이런 움직임도 좋지만, 사회는 아직까지 피해자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피해자가 지켜야 할 행동수칙’이 언급된 기사를 본 적 있다. 거부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하지 않아 범죄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명시화하면 좋겠어요”라며 개선돼야 할 사람은 가해자라는 사실이 좀 더 강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문아영 수습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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