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박소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유독 울적한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그때의 마음은 멀리하거나 곧장 외면해야 마땅한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여기 버림받은 감정을 담담히 노래해 공감을 자아내는 가수가 있다. 바로 싱어송라이터 박소은 씨다. 특유의 솔직함으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타 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이라고 합니다. 
 
싱어송라이터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결정적으로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던 건 13살 때예요. 제가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셨던 이모부께서 비디오를 빌려다가 주셨는데 그걸 보고 이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 싶었어요. 영화 <원스>와 <스쿨 오브 락>을 봤던 순간이었죠.

소은 님의 대학 시절은 어땠나요
  저는 모범생이나 우등생은 절대 아니었어요. 또 음악 활동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학교를 성실하게 다니지도 못했죠.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할 순 있어요. 스무 살 때 한창 노래대회를 열심히 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오디션을 진행하는 장소가 지방이라 수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강의실을 나올 때도 많았어요. 그렇게 당일치기로 집에 돌아오면 다음 날 바로 강의를 들으러 다시 학교로 향했죠. 그럼에도 전혀 지치지 않았던 제가 참 놀라워요.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캠퍼스 라이프를 즐겼던, 한마디로 저는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현재의 소은과 대학생 소은을 비교했을 때 음악을 대하는 마음의 차이가 있다면요
  대학생 소은에게 음악은 정말 좋아하는 취미이자 특기이기도 했지만, 학업적으로도 의미가 있었어요. 또 당시엔 “그냥, 이쯤 되면 다들 음원을 내니까 나도 내보자!”와 같이 마냥 어린 마음을 갖고 음악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음악은 여전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이자 특기이지만, 지금은 그와 동시에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온전한 ‘음악인’으로서 작업을 하게 된 이후로는 디테일이나 콘셉트 같은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됐고 장기적인 측면도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곡 <아무래도 난 더러운 사랑만 하나봐>에 대해 소개할 당시, “아름답기만 한 사랑보다는 끈적하고 질척이는 사랑이 매력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어느 날 문득 했어요.”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데요. 소은 님이 생각하시는 사랑의 형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사랑의 형태는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갈래라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형상화해서 말해보자면 아주 아주 엉켜있는 실타래 같은 느낌일까요? 저는 지금껏 사랑을 해보며 사람마다 줄 수 있는 사랑과 받을 수 있는 사랑의 모양이 다르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리고 그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이상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성급히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아졌어요. ‘이상 없는 사랑’의 형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넉 달 전 발매하신 앨범 <재활용> 소개에서도 ‘아름다운 것들만 예술로 창조되는 건 억울하고 부당해’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이처럼 소은 님의 노래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바라본 세상이 담겨있었습니다. 주로 음악을 만들면서 영감을 얻는 곳은 어디인가요
  주로 제가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경험을 돌아보며 음악의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오래전의 일을 떠올릴 때도, 지금 당장 겪는 감정의 찰나를 낚아채서 가사를 쓸 때도 있고요. 아, 제 노래 중 ‘너의 농담’이란 곡이 있는데 혼자 제주 여행을 떠났을 당시 길을 걷다가 갑자기 쓰게 됐던 곡이라 더 오래 기억에 남네요.
 
그렇다면 위 곡에서 소은 님이 말하는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재활용’이란 단어를 떠올린 과정이 있다면요
  예술에서 통상적으로 야기되는 ‘아름다움’은 완전무결한 사랑이나 순수하고 영원한 애정 또는 젊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들은 제가 엮어내는 노랫말들과 거리가 있다고 느꼈죠. “그런 아름다운 것들에 비해 내 머릿속에 있는 영감들은 쓰레기다! 하지만 그걸 다 버릴 바에야 또 다른 예술로 재활용시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재활용>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음악을 만들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재활용시키는 편이에요.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지 않은 순간들을 다시 활용하려고 합니다.

현재까지 노래를 부르며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무대에 오를 때면 항상 행복한데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올해 7월에 열렸던 제 단독공연에서 슬로건 이벤트를 받았던 기억인 것 같아요. 함께 공연했던 밴드 친구들과도 온전히 집중해서 무대를 즐겼던 순간이기도 하고요. 이때 울음 참느라 혼났습니다. (웃음)

데뷔로부터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소은 님의 최종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음악을 통해 제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그리고 여과 없이 드러내길 원해요. 건강하지 않은 감정이라도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앞장서서 예술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건 꾸준히 하는 말인데,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금방 사라지는 향수 말고, 은은하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머무는 향처럼요.

동덕여대 청춘들의 마음을 토닥여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소은 님의 곡을 소개해주세요
  제 정규 앨범 『고강동』의 ‘좀 더 살아보려구요’를 추천합니다. 외로움이나 우울함, 그리고 무기력함은 평생 우리를 쫓아다니는 숙제와 같죠. 그런데 숙제는 원래 제때 풀어지는 법이 없어요. 미뤄지기도 하고 풀지 못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언젠가 풀어지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조급해 말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잘 넘겨보자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요.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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