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최보필

  ‘런닝맨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장본인’, ‘시청자와의 소통을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녹여낸 PD’ 모두 최보필 PD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현재 런닝맨에서 하차한 뒤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보필 매직’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를 만나 PD라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SBS에서 예능을 제작하고 있는 최보필 PD(이하 피디)입니다. 참고로 육아 휴직 중은 아닙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어요. (웃음) 소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몰라도 너무 많은 분이 잘못 알고 계시더라고요. 

피디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뭔가 멋있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피디는 한마디로 콘텐츠의 기획부터 촬영 그리고 편집까지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피디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요
  제가 원래 컴퓨터학과를 전공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당연히 그쪽 관련 분야로 나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 적성에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평소에 제가 예능 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사실 주변에서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막연하게 이 분야로 노선을 정하게 됐어요. 이후 피디가 되기 위해 반년 정도 언론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결국엔 2014년 SBS에 입사해 어느덧 9년째 피디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네요.

피디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맡게 된 프로그램이나 소속마다 너무 다르지만 제가 몸담았던 런닝맨을 예시로 든다면 모든 일정이 일주일 단위로 돌아갑니다. 프로그램 촬영부터 가편집, 다음 회차를 위한 기획 회의, 방영 예정인 회차의 편집과 자막의 최종 마무리 순으로 일이 진행돼요. 전반적으로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는 것 같네요.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스케줄을 가지고 있고 주말이 없다는 점이 있지만 그만큼 정해진 업무 외엔 자유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시청자들에게 런닝맨의 제2의 전성기를 불러온 피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겸손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잠시 화제가 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이 엄청나게 오르거나 유의미한 성과가 있던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런 말을 들으면 감사하긴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제가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꼽아 내보자면 오그라들거나 대놓고 짜인 듯한 방송을 안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 듯해요. 그래서 방송에도 최대한 그런 부분을 배제하려고 하다 보니 시청자분들도 “기존 방송답지 않네”라고 느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청자의 의견을 많이 수용하려고 했죠. 런닝맨이 현재 햇수로 13년째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렇기에 오히려 이전부터 함께해준 시청자와의 소통이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기회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평가에 유튜브 런닝맨 채널의 클립 영상들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런닝맨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 운영은 아예 별개로 이뤄집니다. 유튜브 채널은 디지털 사업 담당 부서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어요. 그분들의 센스있는 제목 선정과 편집 덕분에 저희가 덕을 봤죠.

프로그램 기획에서 아이템 선정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선정의 기준이라… 저는 주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그 시기에 가장 시의성 있거나 안 해본 소재를 선택하려고 합니다. 소위 꽂히는 거요. (웃음) 보통 아이템은 연출부와 작가가 모여 회의를 통해 정해집니다. 가끔 출연자가 의견을 제시할 때도 있고요. 예를 들어 주식 아이템의 경우, 지석진 씨가 프로그램 내에서 주식 얘기를 많이 하기도 했고 그때가 주식 호황기이기도 했어요. 그 틈에 출연진들이 직접 주식투자를 해보도록 기획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이뤄졌죠. 또 노가리 회차는 이광수 씨가 프로그램을 나간 뒤 런닝맨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기 위해 고안한 아이템이에요. 평소에 출연진들끼리 티키타카가 워낙 잘돼서 특별한 걸 하지 않고 이야기만 나눠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럼 대놓고 방송 내내 이야기만 하는 것을 주제로 구상하면 색다르겠다 싶었죠.

피디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입사 초반에는 거창하게 방송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피디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프로그램을 연출해 오면서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저 자신이 엄청 역동적인 면모를 갖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저는 설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요.

마지막으로 피디를 꿈꾸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입사 준비에 도움이 될만한 팁을 드리자면, 우선 빈틈을 안 주는 게 중요합니다. 지원하는 곳의 방송을 많이 보고 꼼꼼히 준비하면 좋아요. 거창한 스펙이라는 허상에 쫓기지 않고 기본적인 것들부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요, 면접에서 피디의 자질을 드러내고자 영상편집이나 영상을 보는 눈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고 사고가 유연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면접관들도 함께할 동료를 뽑는 거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워낙 다양한 경로로 피디가 되기도 해서 꼭 공채로 피디가 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 방송사를 가릴 필요도 없고요.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기획 및 연출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이 늘어났으니까요. 학생들이 여러 방면으로 발을 넓혀서 자기에게 무엇이 잘 맞고 유리한지 주의 깊게 판단하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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