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서울. 덕분에 낮과 밤 구분 없이 언제 어디서든 즐길 거리가 넘친다. 이런 서울에서 온전히 하루 24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공원, 시장, 식물원, 카페까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대별로 만끽한 하루의 다양한 일상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0:00~6:00] 상념에 젖어 드는 시각, 산책이나 할까

  10월의 어느 날, 유난히 머릿속이 복잡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밤이었다. 자정이 넘도록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새벽 감성’에 빠지고야 말았다. 이를 잘 추스르기 위해서는 산책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 기자는 근처 오동근린공원에서 야밤의 산책을 감행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에 외출하는 탓에 순간 두려웠지만, 산책로 입구에 도착하자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길을 밝혀주고 있어 안심됐다. 5분 정도 계단을 오르고 나자 낙엽이 한가득 나동그라진 공터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공터가 마치 복잡한 서울 도심 속 오롯한 ‘나’만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벤치에 앉아 주머니에 넣어 온 간식을 슬며시 꺼내는데 위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몇 개의 계단을 더 오르고 나니 종합안내도에서 본 월곡정이 보였다. 
 
  월곡정 아래 넓고 크게 깔린 돌산을 돗자리 삼아 앉았고 야경을 바라봤다. 높이 올라온 것이 아님에도 건물들은 발아래에서 제각각 전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저 멀리 도로의 자동차들은 이 시간까지도 빽빽하게 불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늦가을에 희미하게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가 함께 귀에 담겼다. 차분하게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으니 하루 내내 기자를 괴롭혔던 잡념들이 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지나자 선선한 가을 밤바람에 몸이 떨렸다. 찬바람 맞고 정신 차린 기자는 끝내지 못한 일이 생각났다. 더 이상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고 싶지 않았다. 한껏 편해진 마음으로 할 일을 하러 힘차게 발을 돌렸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마음의 고요가 필요하다면 근린공원에 찾아가 편히 쉬어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자연의 일부가 돼 생각을 잘 정리하고 나면 아마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다연 수습기자 redbona@naver.com

 

 

[6:00~12:00] 한국의 ‘맛’과 ‘정’이 한데 모인 이곳, 망원시장

  오전 7시 반. 이른 시각부터 몰려오는 배고픔에 급히 허기짐을 달랠 곳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한국인의 육감을 자극하는 전통시장! 최근 전통시장에 일고 있는 이색 먹거리 붐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집에서 멀지 않은 ‘망원시장’으로 단숨에 향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온 다음,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뽑았다. ‘고민보다 GO!’를 외치며 향한 곳은 사전 조사한 맛집 ‘바삭 마차’였다. 곧바로 인기 메뉴인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자, “바삭!” 소리와 함께 뭉그러지는 구운 마시멜로가 아이스크림과 환상의 조화를 이뤘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당도 100%의 맛에 마치 온몸이 설탕으로 뒤덮인 것만 같았다. 이후 ‘뿌링클 치킨’ 가루가 뿌려진 호떡이 있는 ‘훈훈호떡’에 도착했다. 평소 뿌링클 치킨에 환장하던 기자였기에 가루를 많이 묻혀 달라고 하자, 가루가 종이컵 한가득 담긴 호떡이 등장했다. 한국인 특유의 ‘정’을 몸소 느끼며 왜 사람들이 그토록 전통시장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최종 목적지 ‘망원 떡갈비’에 당도했다. 망원시장에 왔다면 이곳에 가는 게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직접 반죽한 떡갈비들이 기름을 두른 판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보자 입안에서 군침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입 먹어보니 정성이 깃든 그 맛은 더욱이 황홀했다. 마지막으로 시장을 나오는 길, 한 과일 판매 상인분의 손에 이끌려 과육이 폭발하는 신선한 과일들을 무료로 맛볼 수 있었다.
 
  시작은 빈속이었지만, 끝에는 위대한 포만감을 얻으며 망원시장 투어는 막을 내렸다. 다양한 먹거리부터 상인들의 푸짐한 인심까지, 소소하지만 즐거운 추억들을 선물 받은 기자는 누구보다 보람찬 오전을 보냈다. 아침과 점심 그 사이. 그저 빈둥거리기보다는 전통시장의 정겨운 먹거리 향연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효주 수습기자 hyoju0208@naver.com

 

 

[12:00~18:00] 대학생에게도 힐링이 필요해!

  식곤증으로 몰려오는 노곤함. 두꺼운 전공 서적과 노트북을 보느라 가득 쌓인 피로감. 그간 기자에게 오후 세 시는 심신의 고통이 즐비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끝나고 오래간만에 찾아온 여유를 놓칠 수 없었던 기자는 기분 전환 겸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식물원’으로 떠나 봤다.
 
  오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입장권을 구매한 후 우선 온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실 안 열대관에 들어서자마자 끼쳐오는 훗훗함에 샤워를 방금 마친 화장실에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이에 놀라기도 잠시, 열대관 중간에 있는 커다란 넝쿨과 연못을 보니 ‘아마존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공간이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방문한 지중해관은 열대관과 다르게 습하지 않았다. 살갗에 스치는 따스함이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특히 입구를 장식했던 올리브나무는 기존에 생김새를 알고 있었던 만큼 반가운 친구를 만난 양 계속해서 시선이 가기도 했다. 중간중간 모르는 식물이 나타나 당황하기도 했으나, 서울식물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의 도움을 받으며 큰 무리 없이 관람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주제원은 무성한 갈대와 붉은색의 단풍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일품이었다. 단홍빛으로 물든 식물들을 하나씩 훑어보자 정말 가을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눈으로 식물을 담고, 코로는 향긋한 풀 내음을 맡으며 식물원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기자의 식물원 탐방기도 어느새 끝에 다다랐다.
 
  친구와 같이 와서 인생 사진 찍기에도 최고! 혼자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방문해도 최고!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 이뤄지는 식물원 나들이는 당신에게 뜻깊은 휴식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매주 생기는 과제와 시험 성적 때문에 심란한 요즘. 자연을 즐기는 것도 마음을 평안케 하는 방법 중 하나임을 기억하며 함께 식물원으로 달려가 보자.

 안나영 수습기자 anana2780@naver.com

 

 

[18:00~24:00] 깊어가는 밤, 찻잔 속에서 마주친 낭만

  오늘도 바쁜 하루를 마친 당신!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괜히 울적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부터 지친 심신을 회복시켜줄 특별한 장소를 소개한다. 바로 정성이 담긴 맛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일품인 곳, 서울 강동구의 한 카페 ‘수요일’이다. 
카페 내부로 발을 들이자 향긋한 차 내음이 가득 풍겨왔다. 설렘을 안고 가을 풍경을 액자 삼아 메뉴판을 펼치자 수제 전통차부터 마 셰이크, 십전대보탕 등 생소한 음료가 가득했다. 메뉴 아래에는 차 각각의 효능이 적혀있었는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차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았다. 기자는 행복한 고민 끝에 노곤한 몸을 따듯하게 풀어줄 모과 꿀차와 대표 메뉴인 수정과 홍시 빙수, 단호박 크림치즈 설기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자 기자의 입은 ‘떡’ 벌어졌다. 김이 모락모락한 차와 오색찬란 디저트, 서비스로 받은 한과까지 더해진 정갈한 차림새에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식사 후 무거웠던 속을 달래기 위해 우선 모과 꿀차부터 음미했다. 위를 따뜻하게 해준다는 설명처럼 정말 온몸이 나른해졌다. 다음 순서는 제철 감으로 가득한 수정과 홍시 빙수로, 수정과의 알싸한 맛과 홍시의 달콤함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거기에 대추와 계피의 잔향까지 더해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진한 풍미가 느껴졌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단호박 크림치즈 설기였다. 조심스레 반을 갈라보니 샛노란 단호박이 가득 차 있었고, 듬뿍 얹은 크림치즈의 포근함과 설기의 쫀득함이 얽혀 색다른 맛을 자아냈다. 특히 영화에나 보던 뱅커스 램프와 타자기 곁에서 이를 맛보니 고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에 비로소 가을의 정취가 완성됐다. 가끔은 익숙한 커피와 칵테일 대신 전통 차의 고풍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이곳 ‘수요일’에서 낭만이 담긴 차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틀림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테다.

이지은 수습기자 jieuny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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