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나’를 기록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안고 학보사에 지원했습니다. 거창한 목표도 남다른 포부도 없었습니다. 그저 훗날 스치듯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선택한 곳에서 어느덧 마지막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의 울렁거림이 커져만 갑니다.

  학보사라는 이름 아래 머문 흔적은 그 무엇 하나 빛나지 않았던 것이 없었습니다. 원하던 아이템이 기사화되던 날, 마감일을 앞두고 원고를 갑자기 뒤엎던 날, 기나긴 조판을 끝내고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던 날 모두 제 기억 속에서 뚜렷하기만 합니다. 특히 처음 보도 기사를 맡았을 때는 유독 깊고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요청 전화를 드리던 순간부터 기사를 퇴고하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어색하고 부족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자’라는 직함이 부끄럽게만 느껴졌고, 자책을 반복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기사의 제일 끝, 제 이름이 쓰인 단 한 줄을 봤기 때문이겠지요. 학보에 인쇄된 바이라인은 2년이 넘는 임기를 버티게 한 저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발행일마다 바이라인을 바라보며 다음 호에 더 나은 모습으로 보답하자고 속삭였던 다짐. 이 외침이 모이고 모여 무사히 대학사회부장이라는 자리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부단히 손과 발을 움직이자’. 수습기자 때부터 습관처럼 되뇌어온 말입니다. 유수한 필력도 뛰어난 통찰력도 없는 제가 될 수 있는 기자는 오직 ‘노력하는 기자’였습니다.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이 내뱉는 말과 감정을 헤아리는 기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잊히지 않을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려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제게서 파생되는 모든 생각과 행동에는 학보사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마치 당연한 듯 포털 공지사항을 클릭했으며, 에브리타임과 학과 단체 카카오톡 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버릇이 돼버렸습니다. 텅텅 비어있던 휴대폰의 메모장은 점차 기삿거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가방 안에는 메모를 적을 이면지가 쌓여 갔습니다.

  학내 밖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성 언론의 신문을 읽고 분석하면서 대학 기자로서 어떤 사안을 다루고 조명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학내 안팎을 살피느라 점차 가중되는 업무에 벅참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기자로서의 보람과 기자라는 책임감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미련이었는지 고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학보를 읽어주시는 학우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데스크단으로 있는 올해, 학보의 본질인 기사를 포함해 SNS를 활용한 홍보, 각종 이벤트 개최를 활성화하며 ‘유익하고 친숙한 학보’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학우들의 흥미를 돋울 만한 꼭지를 개설하고 유명인과의 인터뷰라는 목표도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성과가 학보의 가치를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따름입니다.

  미숙한 제가 숱한 우여곡절을 이겨내 지금에 오기까지 감사함을 전할 분들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언제나 저의 편이 돼주는 가족과 친구들. 누구보다 빨리 기사를 읽어주고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보내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학보가 원활히 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한 도움을 주신 박성환 주간교수님과 이규석 주간교수님, 유서린 조교님과 최서진 조교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모든 것이 서툴었던 제게 지도 편달을 아끼지 않으셨던 하주언, 정채원, 김가희, 김도헌, 노희주 선배님께도 감사 인사 덧붙입니다. 무엇보다 세상에 순응하는 것이 익숙했던 제가 세상에 맞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 감비, 서율, 수빈, 주은 기자. 여러분이 있어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굳건한 신뢰와 따듯한 위로로 제 곁을 지켜줘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무르기만 한 사수를 항상 웃으며 잘 따라와 준 보영, 수인, 영은, 한비 기자에게도 고맙습니다. 지금처럼 다 같이 의기투합하며 학보의 진가를 널리 증명해주길 바랍니다. 나영, 다연, 지은, 효주 수습기자 역시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학보사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길 응원합니다. 

  말보다 글을 좋아했지만, 막상 좋은 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제 글이 옳은지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학보사에서 썼던 모든 기사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학보사 기자들은 매 호 더 나은 기사 한 줄을 쓰기 위해 밤낮을 지새웁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현재의 동덕여대학보입니다. 부디 우리의 학보가 더 많은 학우분께 닿아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건재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제는 그간 지녀온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시점입니다. 약 10번의 계절 동안 학보사가 건네준 가르침이 참 많습니다. 움츠러들지 말고 대항하는 힘, 의문을 의문으로 남기지 않고 캐묻는 열정, 이면과 주위를 살피는 포용력 모두 이곳에서 배웠습니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이든 이 배움들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 나가겠습니다. 우연히 운명을 만나면 어렴풋이 운명임을 감지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저는 어느새 문득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게 있어 학보사가 운명과도 같았음을요. 함께여서 기뻤고 덧없이 행복했던 나날이었습니다. 후회는 단 한 점도 없습니다. 제 하루하루에 숨 쉬었던 모든 분께 수고했다는 말 전하며 이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최유진 대학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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