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매번 서론을 고심하며 작성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문장을 삼일에 걸쳐 완성한 적도 여럿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학생 기자로서의 마지막 글을 담아보려 합니다. 사실 퇴임사를 쓰는 지금에도 아직 이곳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학보사 활동은 대학 생활의 전부였다고 할 수있을 만큼 제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너는 매일 가는 곳이 학보사실”이라며 여기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던 모든 순간이 단연코 후회없이 행복했다고 말하겠습니다. 

  2년 전, 수습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처음 기사를 써내려갔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글 쓰는게 뭐가 어려워?”라며 자신감에 차 기사를 거칠게 휘갈겼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글쓰기가 쉽다고 여겼던 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퇴고를 거쳐야 했습니다. 또 담당 기자의 책임감과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도 없었습니다. 모든 기자의 세심한 손길을 거쳐야만 하나의 학보가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 제가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고팠던 것은 학우들의 관심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데스크단으로 임했던 이번 년도 역시 어떻게 하면 학우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학보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참, 이곳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글보다는 영상이, 종이보다는 디지털 기기가 주목받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덕여대학보를 비롯한 대학 신문사들은 영상보다는 글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로 목소리를 전해야만 했습니다. 저 역시 우리가 처한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고, 학보는 왜 트렌드를 따라가선 안 되는지 한탄할 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퇴보하는 기구, 아무도 관심없는 매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왜 대학 신문이 있어야만 하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움은 친숙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자막’에 열광하는 것처럼, 우리가 에어팟을 쓰다가도 그 감성이 그리워 ‘줄 이어폰’에 손이 가는 것처럼, 드라마 대신 가끔은 정겨운 ‘시집이나 소설’을 읽고 싶은 것처럼, 활자와 글이 가진 강력한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어느 날 문득 빠르고 역동적인 영상과 기기에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면, 왠지 모르게 정감가는 활자와 아날로그, 그리고 이들이 있는 우리 학보를 꼭 찾아주길 소망합니다. 

  이제 아쉬움은 뒤로 하고 2년 6개월 간의 기자 생활을 마무리 지어보려 합니다. 먼저, 언제나 장수빈 기자의 ‘1호팬’을 자처해준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고맙습니다. 신문에 제 기사가 실릴 때마다 건네준 당신들의 “자랑스럽다”는 말 한마디가 많은 힘이 됐습니다. 학보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신 교수님, 조교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음 놓고 올곧은 목소리를 학우들에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또 수습 시절, 낯선 곳에 들어와 실수투성이었던 제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신 하주언, 정채원, 노희주, 김가희, 김도헌 선배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더불어 서툴렀던 우리와 함께 학보를 완성해준 정기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김수인, 김한비, 송영은, 최보영. 이제 그대들이 멋지게 펼쳐낼 앞으로의 학보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짧은 시간었음에도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62기 다연, 효주, 나영, 지은 수습 기자. 지금처럼 통통튀는 아이디어로 학보를 더욱 다채롭게 채워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기자로서 내딛었던 모든 순간 속에서 동고동락해온 우리 60기 기자들, 감비, 주은이, 서율이, 유진 언니. 저는 사실 이 4명이 없었다면 학보사를 끝까지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넘어지고 다치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서로를 꽉잡고 버텨가며 한층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고마웠고, 애정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벌써 마지막 단락이네요. 얼마 전 제 마음을 울린 영화 한 편을 만났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 중, 매번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기 때문에’ 지금처럼 보잘 것 없는 당신이 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하기에 주인공이 ‘지금의 자신’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그의 삶은 멀리서 보면 아주 혼란스럽고 엉망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은 결국 ‘이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몇 번이고 곱씹다 보면 제게는 학보사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보사 기자로서 보냈던 지난 날들이 자주 혼란스러웠고 엉망스럽기도 했지만, 처음의 처음의 처음으로 되돌아가도 저는 다시 또, 학보사 기자에 도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진심이었고 제가 뿜어낼 수 있는 모든 열정을 보탰습니다. 주관에 치우쳐 진실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객관성을 가장해 소외된 곳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진심을 다해 저를 사랑해주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좋은 기사 쓰는 기자로 성장해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뜨겁게 안녕!

장수빈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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