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전체 학생 의견수렴 미흡한 점 인정
폐지는 불가피, 예정대로 수순 밟을 것

  비만과 영양관리에 대한 관심으로 본교 식품영양학과(이하 식영과)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본교가 비만연구센터(이하 비만센터) 철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영과 학생회는 지난달 25일,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학교의 일방적인 비만센터 철거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문을 게재하며 저항했다. 한편 본교의 비만센터 폐지 의사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한차례 논의됐지만, 학생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동문수덕 참여학생들의 피켓시위 현장이다
△동문수덕 참여학생들의 피켓시위 현장이다

  이번에도 식영과는 에타를 통해 상황을 공론화하고 본교 포탈 민원센터에 지속해서 항의글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번 달 3일 진행된 식영과 자체 행사인 ‘동문수덕’ 중엔 참여 학생 모두가 ‘비만센터 철거 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강력한 거부에도 왜 본교는 비만센터 폐지를 강행하려 하는 걸까. 그리고 식영과는 왜 이를 막으려 하나. 신기현 기획처장과 식영과 제53대 학생회장 김민경, 부회장 이혜진 씨를 만나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비만센터, 어쩌다 폐지하게 됐나

  본교가 비만센터를 폐지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최근 연구실적의 부진이다. 기획처는 자체 실적조사를 통해 비만센터가 비만센터 규정 제1장 총칙의 제3조(업무) △제1항=비만관련 분야의 체계적 연구 △제2항=산학협동의 극대화의 수행을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두 번째로는 본교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부속기관 및 연구소를 재편성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비만센터 역시 본교 직제규정 제6장 제16조에 명시돼 있는 본교 부속기관이다. 실제 2015년과 2022년 학칙을 비교하면 본교 부속기관은 21개에서 16개, 부설 연구소는 16개에서 6개로 줄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올해 2월 인권센터가 새로 신설되기도 했다.

  신 처장은 “재정 악화 속에서 본교의 발전을 위해 점차 부속기관 및 연구소를 줄이거나 개편하고 있다”며 실적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조조정 차원에서 비만센터의 폐지를 추진한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비만센터 조교와 식영과 교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음을 강조했다.

 

△예지관 302에 체력측정실 및 학생회실이 함께 있는 모습이다
△예지관 302에 체력측정실 및 학생회실이 함께 있는 모습이다

충분한 근거와 소통 없이 이뤄진 결정

  식영과 학생회는 이 같은 상황을 “명백히 학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응수했다. 해당 학과 소속 학생을 비롯한 재학생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독단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학교의 행동을 꼬집은 것이다. 더불어 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본교의 주장을 부정했다. 체중감량 프로그램 및 인바디 측정과 분석 서비스를 통해 비만 전문 연구와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독립적인 식영과 학생회실의 부재’는 학생회 측이 철거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 식영과 학생회실은 비만센터가 위치한 예지관 302호실의 한쪽에 칸막이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김민경 학생회장은 “비만센터가 사라지면 학생회실 공간도 함께 없어진다. 그러나 학교 측은 센터 철거 시 학생회실의 거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학생회실이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다.

민주 동덕을 향해

  현재 본교는 재단에 비만센터 폐지를 위한 법인 직제규정 개정 요청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해당 요청이 승인되면 최종적으로 대학평의원회를 거쳐 12월 중 학칙 및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비만센터 폐지가 실행된다.

  ‘학생 의견 반영’을 화두로 학교와 학생 간 다양한 마찰이 빚어진 올해, 비만센터 폐지 문제는 같은 맥락에서의 또 다른 갈등을 낳았다.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 그리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민주 동덕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지 해당 사건을 통해 그 귀추를 주목해본다.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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