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어, 송태섭!" A 씨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상영이 끝나기 전, 세 번째 관람을 위해 영화관으로 향한다. 이는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으로, 누적관객수 338만 명(2023. 2. 23. 기준)을 기록하며 '농놀1)'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러한 인기에 해당 애니메이션의 MD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렸고 13일간 약 18,000명이 방문했다.


  이는 평범한 '유행'처럼 보이지만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해당 작품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우익 성향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자위대를 찬양하는 트윗을 리트윗하고 우익단체, 자민당을 팔로우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원작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에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일본 불매운동 끝난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일명 '노 재팬' 물결이 일었다. 이에 길거리는 'NO JAPAN', '일본, 사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로 가득 찼고, 문구류나 식품류에서도 제조사가 일본이 아닌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당시 단행된 수출 규제는 여전히 완화되지 않은 형국이다. 또한 이는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행위라는 해석이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를 극구 부정했으나, 최근 아베 전 총리의 회고록이 출간되며 사실임이 밝혀졌다.


  약 3년 전과 별다를 것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인들의 분노는 이미 사그라졌다. 현재는 일본 캐릭터를 비롯해 게임, 애니메이션을 거리낌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아프리카TV의 한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 K 씨는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너무 말 같지도 않다"며 입을 열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일본 제품을 소비하지 않으려 애써온 이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비난한 것이다. 이외에도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을 강요하지 말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물론 불매운동은 결코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그러나 명백히 우리나라를 위한 행동에서 그들은 어떤 잘못을 찾고 있을까. 여전히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와사비 테러'를 당하고 혐한 발언을 듣는 상황에서, 한국이 겪은 수모를 외면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나라보다 본인의 즐거움이 우선이십니까?

1) 농놀: '농구 놀이'의 준말로, 농구 애니메이션, 웹툰 등이 인기를 끌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농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

최보영 대학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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