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바라 마지않던 시기인 듯하다. 지난 삼 년은 많은 학생에게 지금 이 시기를 위한 인내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대학 입학을 앞둔 지금. 스무 살이 된 기분이 어떤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상상하던 만큼 자유롭고 설레는가. 나는 천천히 고민하다 답해본다. 어쩌면 조금, 두렵다고.

  어린아이는 자라며 많은 것을 꿈꾼다. 온갖 미래를 그리는 어린아이는 기어이 꿈을 이루어 낸 다른 사람들의 꿈을 보며 자란다. 간절히 바라고 끝내 이루어낸 꿈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든가, 내가 가진 꿈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어린아이는 자라며 불타는 숲과 끝나지 않는 전쟁과 무수히 많은 생명의 죽음을 보게 된다. 청소년 세대는 조부모 세대가 소비한 탄소량의 육분의 일만을 사용할 수 있다. 환경은 빠르게 나빠져 간다. 어린아이는 이전 세대가 해본 적 없던 질문을 한다. 꿈을 이룰 그 순간까지 이 세계가 버틸 수 있는가.

  책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속 세계는 스러지는 것들을 지켜보는 아홉 살 로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현재와 미래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는 울부짖는다. 이따금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느 날에는 이 모두를 견딜 수 없이 괴로워한다.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떠나보내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로빈’을 떠올리게 만든다. 온갖 행동을 제약받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꿈을 유예한 채 어른이 되길 기다리는 동안 어른들은 그들이 희망하던 미래를 하나씩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점점 꿈꾸며 성장할 기회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지난 세대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이젠 쟁취해 얻어야만 하는 것이 돼버린 것은 아닐까.

  스무 살. 짧지 않았던 인내의 시간을 거쳐 바라던 미래에 한 발짝 가까워진 나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은 대학 생활을 앞두고 있겠지만. 주변의 아픔들을 외면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의 변화를 만들 수 있길. 그런 변화를 함께 만들 기회가 아직은 남아있길 희망한다.

진효주 학생 논설위원 (큐레이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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