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레슨>

기간 | 2023년 1월~
만족도 | ★×
롤모델 | <온 더 비트> '아드리앙'
목표 | 밴드 '잔나비' 객원 드러머
각오 | "드럼 스틱은 물론, 손목이 부러지는 그날까지!"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악기가 없어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드럼에 미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온 더 비트>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드럼을 배워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아리송했기에 유독 꽂혔던 문장이기도 하다. 이 말 한마디를 완전히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다음 날, 집 근처 드럼 스튜디오로 향했다.


  처음 배우는 것은 드럼 스틱을 쥐는 방법과 두드리는 법이다. 그다음은 기본 박자와 함께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곡을 함께 익힌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8비트를 배운 뒤 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를 연습하게 됐다. 고작 78 BPM이지만 완벽히 연주하려면 0.7배속부터 차츰 속도를 높여가야 했고, 멜로디 아래에 숨어 있는 드럼 소리를 찾기 위해 곡을 여러 번 재생했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볼펜 두 개를 들고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볼펜조차 없는 날엔 리듬을 상상하며 발을 굴렀다. 내내 궁금했던 대사의 참 의미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스틱을 잡는 것이 익숙해지며 동시에 안 좋은 습관을 발견했다. 스네어(snare)와 킥(kick)의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스틱을 쥔 손등이 옆을 향하는 등 사소한 실수가 반복돼 지적당하는 날엔 자신감이 하락하다 못해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 손목에도 무리가 가 보호대를 피부처럼 차야만 했다.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재밌어서.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 학원 대신 영어 학원을 택할 만큼 ‘공부’밖에 모르던 아이가 대학생이 돼서야 맛본 ‘예체능’의 맛은 짜릿했다. 좋아하는 노래에 리듬을 얹을 기회가 흔한가.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지친 몸을 이끌고 연습실에 가도 두 시간을 내리 열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제 내가 드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다. 아직은 모자란 초보 드러머지만, 재미없는 인생에 멋들어진 취미 하나 생긴 것을 기념하며. 잘 부탁해, 드럼아!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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