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남들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랫동안 살아왔다. ‘음악과에 재직 중인 교수이니 음악에 대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노래하는 것이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을 뿐 그 시절의 나는 음치에 좋은 발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음악 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신기할 만큼 음악에 대한 특별한 재능도 없었을뿐더러 20대 중반까지 음악교육을 받은 경험도 없어 실기, 이론 등에 대한 기본지식도 부족한 상태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미국행을 택했지만 뒤늦게 다시 시작한 학업 역시 녹록지 않았다. 학업에 대한 재능도 없었던 필자는 ‘음악을 핑계로 오랫동안 학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요령을 몰라서 힘든 것이 아닐까’라는 위안을 스스로 해보기도 했다. 유학 생활동안은 주어진 학업량과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투자하며 고군분투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하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했던 IMF 이후 2년간의 유학 생활은 더욱 힘든 고난의 나날이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 오랜 시간의 훈련 및 수련을 통해 타인보다 월등하게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사람, 특출한 업무 및 학습능력을 가진 사람 등 다양한 직종과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물려받은 재능이나 환경에서 비롯된 성공이 아닌 실패, 재기, 노력, 연구의 과정과 성과를 조명한다.

  소설이나 공상과학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20대 삶으로의 회귀를 선택할 것이다. 20대의 삶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으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느라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고달프고 피폐했다. 그러나 미래를 꿈꾸고 희망하며 노력할 수 있는 기회와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환경, 가치관, 삶의 방식 등 모든 것이 변화하지만 뜻하는 바를 성취한 사람들에게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열과 성의를 다해 정진하는, 진부하지만 변하지 않는 불변의 공통점이 있다. 타고난 환경과 재능이 선천적, 선택적이라면 노력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재능이다. 필자가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학문적 견문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활용하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노력’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평범한 재능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쓰임에 따라 가치가 무한적으로 변화하는 비범하고 값진 재능이 아닐까?

방현승(공연예술대학 실용음악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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