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최초로 사회적 관계를 맺은 동물인 ‘개’. 이들은 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인간과 유대관계를 형성해오며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 반려견 1,500만 마리 시대. 이제 개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자 가족이 되었다. 그러나 개는 인간사회에서 단순 반려동물로서의 역할만 수행하지는 않는다. 마약 탐지, 구조 업무, 심리치료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업무를 이행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삶 속에서 다방면으로 함께하고 있는 강아지들의 존재를 되새기고, 동시에 유기견들에게 많은 관심을 촉구시키기 위해 지정된 날이 있다. 3월 23일, 바로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본지는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이해 강아지들의 다양한 모습과 역할에 대해 알아보고, 이들이 놓여 있는 어두운 현실까지 마주해봤다.

 

스크린 속 犬, 정말 행복한 거 맞아?

  개는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하며 수많은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하는 이들. 이러한 관계는 미디어 속 모습에도 변화를 낳았다.

  십수 년 전의 TV 프로그램은 개를 ‘보여주기용’ 콘텐츠로 소비했다. 일개 예능에서 스타의 반려견을 소개하거나, SBS <TV 동물농장>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특이한 재주를 가진 강아지를 소개하는 식의 연출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애완’이 아닌, ‘반려’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 각광받고 있다. 미디어 속에서 개는 더 이상 사람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닌, 하나의 동등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KBS <개는 훌륭하다> 등 오랜 기간 장수하고 있는 반려견 행동 교정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들이 반려동물로서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해 돕고, 시청자들에게는 교육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겨울 방영을 시작한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는 전국 방방곡곡의 건강한 반려견 가족을 비춰주며 그들의 ‘공존’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러한 예능프로그램 외에도 드라마, 영화에서 친숙한 존재로 자주 출연하는 개들. 그들은 언제나 행복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안타깝게도 카메라 뒤편의 내막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과 관련해 말 학대 논란이 일었듯,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동물들은 대중의 시선이 닿지 않는 촬영 현장에서 여전히 소외당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촬영 빈도가 잦은 견공들은 학대 위험에 비교적 많이 노출돼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어 도그스 퍼퍼스(A Dog’s Purpose)>는 개를 억지로 물에 집어넣는 장면을 촬영하는 현장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동물 촬영 현장 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참여자 중 8%가 동물을 위협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처 내기’, ‘전기 충격기 사용’과 같은 학대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업계 행태를 바꾸려는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멍뭉이>는 견공 배우들을 위해 세운 촬영 수칙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영화 촬영은 최대 30분, 휴식은 필수. 해변 장면에서는 연기 코치 없이 맘껏 뛰놀도록 내버려 둘 것.’ 김주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만듦새도 중요하지만, 강아지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에 주의했다”며 편안한 촬영 현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동물 존중’ 영화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카라에서 시작된 ‘서울동물영화제’나 ‘세계순천만동물영화제’ 등 여러 단체에서 영화계의 동물권을 일깨우는 자리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반려견, 견공 배우 등 미디어와 우리 곁을 넘나들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개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곳도 존재한다. 강아지들이 언제나 행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다.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280화에 출연한 인명구조견 토백이의 모습이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280화에 출연한 인명구조견 토백이의 모습이다

집 지키는 개? 세상을 지키는 슈퍼독!

  미디어에 비치는 ‘스타견’만큼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개들이 있다. 바로 토백, 토리, 티나, 해태. 지난달 6일, 시리아와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 피해 현장에 파견된 구조견들이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와 구조견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4일째 되던 9일부터 7일간 활동하며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출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이목을 끈 이유는 토백이의 ‘부상 투혼’이었다. 구조활동 도중 날카로운 물건에 발을 찔려 붕대를 감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에 ‘구조견에게도 신발을 신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신발을 신으면 오히려 균형감각이 무너지거나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국제인명구조견협회(IRO) 훈련 교본에도 구조견의 신발 착용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다행히 현재 토백이의 상처는 깨끗이 아문 상태다. 지난 2일 최초 공개된 유튜브 ‘문명특급’ 280화에서는 건강한 모습의 토백이가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채널에서는 토백이처럼 특별한 견생을 살고 있는 또 다른 개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관세인재개발원 탐지훈련센터에서 마약 탐지견으로 일하는 ‘덱스터’다.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 코카인을 숨겨두고 덱스터에게 이를 찾게 하자, 넓은 공간에서 코카인이 담긴 상자를 단번에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마약 탐지견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업무를 도맡아 하지만, 짐을 검사하는 업무 특성상 불쾌함을 표하는 승객도 더러 있다. 영상에 출연한 정혜원 마약탐지조사요원은 “짐을 검사하는 덱스터가 자신을 의심한다고 오해해 가방을 던진 승객이 있었다”며 공항에서 부주의하게 짐을 내리는 승객들에 의해 탐지견이 상처를 입는 건 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특수목적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트라우마도, 상처도 아닌 ‘실패’다. 구조나 마약 탐지를 놀이로 인식하는 그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때 강한 무력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때문에 구조 요원들은 무한한 칭찬과 공놀이, 간식으로 주의를 환기한다. 사람이 노동 후 급여를 받듯 확실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따뜻한 말과 손길이 그 무엇보다 달콤한 선물이다.

  한편, 반대로 개가 사람을 다독이는 순간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심리치료견 ‘바이스’는 전쟁 트라우마를 지닌 아이들을 놀아주며 그들이 안정을 되찾도록 돕는다. 이는 심리 치료 방법 중 하나인 동물매개치료로, 가정에 평화와 화목을 가져오는 반려견의 역할과 연결된다. 약 10년간 반려견과 함께한 A 씨는 “반려견을 굳이 어떤 존재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며 “특별하진 않더라도 소중한 존재”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개와 사람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교감한다.

  동물들이 특수한 임무를 맡았다고 해서 ‘도구’처럼 여겨져도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후각과 체력이 저하돼 은퇴한 마약 탐지견이 민간에 입양된 경우, ‘탐지견 출신’이라는 이름표만이 소비될 뿐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개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자는 A 씨의 말처럼 언젠가는 견(犬)권이 당연하게 지켜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차가운 현실에서 ‘반려’ 되고 싶어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줄 가족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강아지들, 이들의 견생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보고자 두 기자가 유기동물 보호센터와 개농장에 다녀왔다.

 

|유기동물 입양센터 ‘입양뜰’
  아침 여덟 시, 공강인 날임에도 기자는 어디론가 열심히 달려간다. 목적지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난우2길 9 은연재 2층. 지옥철에 시달리며 도착한 이곳은 신림역 근처에 있는 ‘입양뜰’이다.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자원봉사자 모임에서 시작된 ‘행동하는 동물사랑’이 운영하는 이곳에는 파주 보호소 ‘쉼터’의 아이들이 임시 보호 및 입양을 위해 거처하고 있다. 현재 입양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동물은 총 14마리. 강아지 여섯 마리와 고양이 여덟 마리로, 이 아이들은 모두 안락사로부터 구조된 유기견과 유기묘 출신이다. 

  실내로 들어서자 여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기자를 향해 당차게 짖었다.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꼬리를 세차게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시작 전 담당 주임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실내화와 비닐장갑을 장착한 후에 본격적으로 봉사를 진행했다. 오전 타임에 해야 할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진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소변 치우기다. 마킹을 하는 아이부터, 패드가 깨끗하지 않으면 대소변을 보지 않는 아이까지. 각자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치워줘야 했다. 다음으로는 배변 패드에서 떨어진 먼지와 아이들의 털로 뒤덮여 있는 바닥을 쓸고 닦았다. 이후 아이들의 잠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한 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밥과 물을 갈아줬다. 이 과정을 묘사로 넘어가 한 번 더 반복하면 되는데, 정신없이 봉사를 마치고 나자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직접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물품까지 후원하고 싶어졌다. 이에 대해 주임님은 “현재 주소가 공개된 입양뜰에서만 물품을 받고 있다”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티슈, 사료, 배변 패드는 물론 ‘쉼터’에서 사용될 이불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아이들의 환경을 마주하고 난 기자에게 기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봉사를 다녀온 후, 곧바로 집에 쌓여 있던 이불과 담요를 챙겨 택배로 보냈다.

  봉사를 마치고 건물을 나오는데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수없이 뒤돌아보길 반복했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서도 강렬했다. 그새 아이들은 나의 마음 깊숙이 새겨져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방문에는 아이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 이곳에 없기를, 부족함을 느낄 새도 없이 사랑받으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안나영 기자 anana2780@naver.com

 

 

|인천 계양산 아크 보호소
  인천광역시 계양산 초입, 등산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른쪽 샛길로 향하면 넓은 부지에 세워진 사육장과 함께 하염없이 짖고 있는 개들을 볼 수 있다. 인천 계양산 개농장, 3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일컫던 단어다. 당시 이곳에 있는 약 300마리의 개가 ‘뜬장’에 갇혀 음식물 쓰레기만 먹으며 식용견으로 불법 사육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시민의 제보로 현장의 실상이 드러났고, 동물보호단체 케어(이하 케어)의 구조 덕에 개농장은 보호소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현재 150여 마리의 개들만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2일, 비 소식에도 29명의 자원봉사자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밝게 인사하며 계양산으로 모였다. 주 업무는 견사 청소와 설거지로, 기자는 견사 청소를 맡았다. 30년 가까이 불법으로 운영되며 낙후했기 때문인지 건물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었다. 물에 젖고 배설물과 섞여 진득하게 눌어붙은 신문지를 전부 치우고 새 신문지를 깔았다. 그러자 황구 ‘벨라’가 신이 난 듯 새 신문지를 박박 긁으며 바닥에 몸을 문댔다. 사육장이 깨끗해지는 동안 설거지 담당 봉사자들은 개들의 밥그릇을 씻었다. 청소가 끝나면 식사 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차례차례 밥을 주자 허겁지겁 먹고 더 달라고 짖는 아이가 있는 반면, 사람이 빠져야만 식사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었다.

  “비가 와서 할 일이 없네.” 그렇다면 이제 개들을 마음껏 예뻐해 줄 시간이다. ‘산책’ 소리만 들으면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반려견과 달리 이곳의 개들은 세상 밖을 나서본 경험이 적어 한 걸음도 매우 조심스럽다. 흑구 ‘포포리’도 걷고 멈추고를 반복하다 얼마 가지도 못한 채 산책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괜찮다. 오래도록 풀냄새를 맡고, 사람의 따스한 손길을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모임장 이승석 씨는 “계양산 보호소는 사연이 많아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계양구청에서 보호소에 강제철거명령을 내리고 약 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던 일을 언급했다. 2020년 겨울, 케어와 자원봉사자들이 궂은 날씨에 개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친 것이 무단형질변형의 사유가 된 것이다. 케어에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계양구청의 항소로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법 개농장에서 겨우 살려놓은 개들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는 계양구청. 이에 맞서 개들의 살 권리를 지키려는 케어와 자원봉사자들. 개들의 안전한 삶을 되찾을 때까지, 이들의 땀방울은 계속될 예정이다.

김다연 기자 redbona@naver.com

 


귀여움 열어보니, ‘가여움’ 있어…

반려견의 잔혹 동화, ‘신종 펫샵’
  ‘소형견 강아지 99,000원, 중형견 강아지 99,000원, 대형견 강아지 99,000원’. 초록창에 반려견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기대했건만, 저렴한 정찰제부터 따뜻한 분양소를 보장한다는 글까지, 반려견 무료 분양과 파양을 권하는 링크의 수가 압도적이다. 반려견. 검색 사이트에 세 글자만 입력해도 생명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예쁜 상품으로 포장된 반려견의 삶은 ‘멍’으로 얼룩진 지 오래다. 대표적인 주범은 신종 펫샵이다. ‘안락사 없는 건강한 유기동물 보호소’. 검색 링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 문구는 신종 펫샵이 내세우는 수법 중 하나다. 그들은 반려견이 입양될 때까지 안락사 없이 잘 돌봐주겠다고 말한 뒤, 치료와 복리 후생에 대한 의무를 교묘히 지운 문서와 함께 수백만 원 상당의 위탁 및 파양 비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파양계약서에, 소유권포기각서까지 작성한 보호자는 펫샵을 나오는 순간부터 강아지와 ‘남’이 된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의 ‘신종 펫숍 피해사례 유형별 모음’에서 34건의 피해 중 ‘위탁동물의 추후 소식을 알 수 없다’는 사례는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실상 보호자의 손을 떠난 강아지는 펫샵에서 보호는커녕 유기된다. 신종 펫샵은 그들을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 위탁시키거나 파양하지 않아도 죄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홀로 남겨진 반려견은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시간이 흘러 개농장이나 유기견 보호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종 펫샵이 무서운 까닭은 따로 있다. 동물 학대 논의로 이어지기 쉬운 다소 허술한 체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보호소’, ‘보육원’이란 명칭에 걸맞은 복리를 제공하지 않는 펫샵 직원은 기망(欺罔)1)으로, 사기죄에 해당할 순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운영 방식 자체는 동물보호법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동물을 ‘구입’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사육을 포기 당한 동물을 돈 받고 데려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빈틈 덕분에 오늘도 신종 펫샵은 몸집을 불린다. 파양뿐만 아니라 위탁받은 동물까지 되판다. 동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후원금을 핑계로 입장료를 받는 업체도 대거 등장했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 서병부 교수는 “팬데믹과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 수요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과연 반려동물을 향해 점점 더 거대해지는 관심처럼 우리의 윤리 의식도 성장할 수 있을까. 여전히 사람들은 무감각하게 펫샵에 들러 ‘귀여운’ 강아지를 고른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 채.

‘전문브리더’라 쓰고 ‘자칭브리더’라 읽는다
  최근 국내에서는 브리더(Breeder)를 악용해 개를 무분별하게 교배시킨 뒤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등의 사례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브리더는 서양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로, 소수 견종의 혈통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개체를 올바르게 입양·보호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과 달리 펫샵 운영이 금지된 독일에서는 동물 매매를 금하는 보호법이 규정돼 있어 브리더 문화가 반려 생활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으며, 입양 시스템 또한 매우 체계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갖춰져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다르다. 강형욱 훈련사의 ‘보듬 애견행동 클리닉’ 강연에 따르면 브리더는 입양희망자의 △성격 △생활방식 △환경을 확인한 후 좋은 견주를 선별해 개를 입양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브리더가 극히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 입양 절차가 아직 체계화돼 있지 않아 초보 입양희망자가 제대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들을 위해 반려동물 소셜벤처 기업 ‘비마이펫’은 ‘책임감 있는 브리더’를 찾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강아지 브리더 지도’ 서적을 배포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렇다면 입양희망자의 판단 능력을 향상하는 것만이 ‘자칭브리더’ 박멸의 유일한 길인 걸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펫샵이나 개농장과 같은 동물생산업 운영을 허가하도록 하는 기준이 느슨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이 따로 없다.

  참된 브리더를 양성하는 것은 반려견의 생명권과 직결된다. 매년 국내 모든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돼 보호받는 유실·유기 동물은 무려 10만 마리 이상이다. 따라서 이젠 반려견에 대한 불법적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사회의 제도적 움직임이 절실하다. 신종 펫샵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악성’으로 변모하기 이전에 싹을 뽑아낼 한끝을 찾아내야 한다. 진정한 사랑과 존중 속에서 살아갈 반려견을 위하여.

 

1) 기망(欺罔): 사람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 착오는 사실·가치·법률관계·법률효과에 관한 것으로, 언어나 거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날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숨기는 것도 포함됨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김효주 기자 hyoju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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