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선영

 

오늘날 K-드라마는 여성 작가들의 눈부신 활약을 발판 삼아 한류 열풍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중 최근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집필하며 드라마를 매개로 사람들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선영 작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드라마 작가 김선영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집필했어요.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와 이루기까지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 엄마가 하시던 식당의 작은 방에서 종일 TV를 보면서 드라마를 많이 접했어요. 그러다 보니 드라마를 통해 세상을 배웠고, 드라마에 대한 동경도 생겼죠. 결국 드라마 작가를 최종 목적지로 정했어요.
  작가가 되기까지의 원동력은 바로 ‘드라마가 제게 주는 영향’이었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라는 대사처럼 저에겐 드라마가 그런 존재로 작용했어요. 모든 드라마가 제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 희망을 이야기했기에 저도 드라마를 쓰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죠.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집필하신 경험자로서 두 콘텐츠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과거에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확실히 구분됐다면, 지금은 OTT의 발전으로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요. 그래도 차이점이 있다면 드라마는 연속성을 띤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회차분을 보고 나면 바로 다음 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엔딩포인트를 잡기 위해 작가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사실 영화는 아무리 시리즈물이라도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다음 시리즈 제작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말까지 한 번에 집필해야 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시놉시스로 끝까지 대본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라요.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취재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기상청에서 취재를 시작한 2019년도가 우리나라에 태풍이 가장 많이 올라온 시기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기상청에 들어갔다 하면 태풍이 발생했어요. (웃음) 당시 기상청 직원분들과 많이 친해진 상태에서 “작가님만 오시면 태풍이 오는데 이젠 그만 와달라”는 농담도 들었었죠. 사실 이런 친근한 분위기가 취재 초반부터 있지는 않았어요. 기상청 사람들은 정말 공부만 하신 과학자 집단이거든요. 서로 낯을 많이 가리셔서 꼭 전할 말이 있을 때 제 앞에서는 메신저로 주고받으셨던 기억이 나요. (웃음)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을 유발하는 대사들은 모두 작가님의 경험 아래 탄생한 것인가요
  아니죠. (웃음) 작품 속 모든 인물의 경험을 하진 못했지만 분명 작가에게 경험은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을 쌓으려 노력합니다. 매체를 많이 접하는 것은 물론 ‘주니어’라는 제 보조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저와 다른 세대의 표현법도 공부하며 모든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려 해요. 그런데도 감정이 제게 잘 닿지 않는 경우엔 억지로 끌고 가는 상황도 생깁니다.

 

작품에 대한 작가님만의 신념이나 색깔이 있다면요
  드라마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좋은 이야기와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필요한데,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거든요. 또 드라마가 선한 영향력을 지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힘든 시기에 멜로드라마를 보고서 연애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처럼 분명 드라마는 세상에 희망을 불어넣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작가를 하며 생긴 직업병이 있다면요
  작가는 통찰력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베개에 머리가 닿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잠을 잘 잤는데, 지금은 불면증이 생겼어요. 또 두 문 사이 꼬리가 조금이라도 열려있으면 그게 계속 신경 쓰이기도 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강박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찰력이 뛰어나진다는 이점이 있죠.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어린 시절 드라마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아서 반대로 시청자들의 삶에 좋은 희망과 의지를 불어넣고 싶어요. 아무리 드라마가 유치하다고 한들 그걸 보면서 누군가는 웃거나, 또 누군가는 라면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갑자기 연애가 하고 싶어졌다거나… 그 자체만으로 저는 긍정적이라고 봐요. 그렇게 생각한 계기는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보조작가로 활동하고부터였어요. 마냥 드라마가 극적인 사건으로만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로 일상적인 사소한 이야깃거리도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죠.

 

작가님의 인생에 영향을 준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저의 스승님께서 해주신 말씀이에요. 제가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의 스승이셨던 강은경 작가님께서 “그래도 계속 써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그래도 나에게 재능이 있다는 뜻이겠지’ 하면서 희망을 가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책 『반지의 제왕』에서 “헤매는 자가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사실 저는 가장 많이 헤맸던 20대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고, 이러한 마음이 저를 종종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절을 되새기며 헤매는 과정도 모두 삶에 필요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걸 깨달았죠.


현대 사회에서 ‘창작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우리 스스로가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AI가 작가를 대체하는 세상이 온다잖아요. 그런데 사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특성은 반드시 존재해요. 이를테면 저희 엄마는 누군가에게 미안함을 느끼면 사과가 아닌 화를 내곤 하세요. 이해가 잘 안되다가도 엄마의 성장 배경을 보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 수밖에 없던 환경에서 살아왔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죠. 이런 영역은 AI가 접근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고 봐요. 또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고요.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어떤 직업을 꿈꾸든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고 왜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면서 근본적인 원동력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아무리 힘들고 지칠지라도 그 질문을 계속해서 묻는 과정이 있어야만 꿈과 한 걸음씩 가까워질 수 있거든요. 우리 친구들이 그 과정의 수고로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송계 직업을 꿈꾸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있다면 저와 멀지 않은 시점에 꼭 현장에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을게요. 혹시라도 나중에 현장에서 마주칠 기회가 생겨 동덕여대 출신이라고 한다면 제가 “나 그곳에서 인터뷰했었잖아”라고 말하고 싶을 것 같아요.

김효주 기자 hyoju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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