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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Wavve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에 ‘퀴어베이팅’ 요소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참가자인 자스민과 백장미는 한국 연애 예능에서 ‘여여 커플’의 데이트를 성사시키는 이례적인 결과를 보여 줬다. 그만큼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최종 커플에 대한 추측과 관련해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 후로도 제작진은 선공개 영상에 그들의 사랑이 이뤄진 것처럼 퀴어성을 담아 방송을 편집했고, 이는 두 사람의 로맨스 결말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마지막 화에 이르자,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그들의 구체적인 서사가 한꺼번에 공개됐고, 여성 출연자 자스민과 남성 출연자 꽃사슴이 최종 커플이 되어 우승하는 결말을 맞이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그동안 시청률과 화제성 때문에 퀴어를 이용한 것이냐”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용되는 다양성
  최근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조가 미디어로 확산되면서 성의 다양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퀴어베이팅(Queer-baiting)’이 있다. ‘퀴어를 낚는다’라는 의미를 지닌 퀴어베이팅은 미디어의 창작자가 퀴어를 표현하는 듯한 행위를 내비치지만, 실제로는 퀴어 묘사나 그들의 서사를 보여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국내 미디어 곳곳에서 우리는 퀴어베이팅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빙그레(바로)가 같은 학교 선배인 쓰레기(정우)를 짝사랑하는 기류가 있었으나 결국 이성과 이어지는 결말처럼 말이다. 이외에도 남장한 여자, 여장한 남자가 등장하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성균관 스캔들>, <조선로코-녹두전> 등에서 퀴어베이팅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밝혔냐에 따라, 또는 본인의 의지로 남장 혹은 여장을 한 것인지에 따라 퀴어베이팅의 해당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퀴어 시청자들은 미디어를 통한 표현 자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관계에 대한 ‘정중하고 온전하며 의미 있는 묘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퀴어베이팅은 마냥 나쁜 것일까?
  본교 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 김수희 교수는 대상에 따른 퀴어베이팅의 인식에 관해 “성 소수자를 접해 보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는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저항감을 해소해 주며 심리적 거리를 좁혀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성 소수자인 사람이 퀴어베이팅을 접했을 때는 “동성애나 다른 퀴어 요소가 단순히 관심을 끄는 용도로 사용된 후 ‘버려지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프로그램 제작자 입장에서 퀴어베이팅은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책략이 될 수 있지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기에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도 부정적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퀴어베이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본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디어에서 퀴어베이팅이 사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62명 중 28명(45.2%)이 ‘사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나머지 34명(54.8%)은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며 팽팽한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퀴어베이팅 사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A 씨는 “세상에는 이성 간의 연애 말고도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계속 스며들게 된다면 언젠가는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B 씨는 “동성 간의 사랑을 이성애자의 관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불쾌하고, ‘동성끼리 저래도 결국은 이성을 택하겠지’라는 인식을 견고하게 만들기 때문에 한 개인의 성적 지향을 곧 지나갈 바람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이는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퀴어를 더욱 배척하고, 차별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퀴어베이팅이 아닌 ‘사랑’ 그 자체로
  퀴어베이팅이 창작자에게 새로운 콘텐츠의 지평을 열어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유희적 요소로만 소비된다면 일부 대중들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퀴어’라는 지향성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사랑을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에 다른 사람의 평가와 잣대가 첨가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각자의 다양성을 더욱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이제는 ‘진짜’ 퀴어 서사를 미디어에 드러내야 할 때다.

안나영 기자 anana27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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