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Daum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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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마을을 찾은 한 손님, ‘스즈’.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던 사치, 요시노, 치카는 오래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장례식장에서 이복동생 스즈를 만난다. 홀로 남은 그가 못내 안타까웠던 걸까. 스즈를 집으로 데려온 언니들은 그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넷이 된 자매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관계를 두 기자가 상반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동화 속 바닷마을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한 바다처럼 평화롭게 흐른다. 본인의 가정을 깨뜨린 여자의 딸인 스즈를 기꺼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세 자매부터, 편견 없이 이 새로운 가족을 대하는 이웃들까지. 넷이 된 자매는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한 사이인 양 매우 화목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리만큼 아름답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의 세 번째 부인이자 스즈의 의붓어머니는 스즈에게 놀랍도록 무신경하다. 이런 상황 속 오래전 어머니와 사별했던 어린 스즈는 아버지마저 죽으면서 홀로 남겨진다. 집에 돌아가기 전, 첫째인 사치는 스즈에게 대뜸 물어본다. “우리랑 같이 살래? 넷이서.” 언뜻 보면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 장면에는 아주 많은 과정이 지워져 있다. 그 과정 속에는 동생들과의 의논이나, 자식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게 남은 앙금을 터는 일 등의 현실적인 고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두 동생은 자아 없는 로봇처럼 스즈와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하게 반기고, 동시에 용서와 화해의 장면은 한낱 해프닝이 돼버린다. 이렇게 영화는 현실적인 논의를 있는 힘껏 여과해 아름답게 포장한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특별한 계기 없이 ‘그냥’, 가정을 파괴했던 자가 낳은 딸과 가족이 됐을 뿐이다.

  콩가루가 된 집안에서 동생들을 지켜왔던 사치는 그가 죽기 전까지 혼자 병간호를 했던 스즈에게 측은함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무책임한 부모를 향한 원망도 그의 가슴 한 편에 자리한다. 양가감정 사이에서 사치는 과연 자신이 데려온 스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 스즈의 말과 달리 세 자매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스즈를 사랑한다. 부모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한 가정의 해체는 자식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고름이 차고 딱지가 얹히며 새살이 오른 후에야 상처는 옅어진다. 그리고 반드시 흉이 남는다. 자매의 상처는 영화처럼 완벽히 아물 수 없다. 흉터 없이 깨끗한 세 자매의 초현실적인 선함은 스즈의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하다.

김다연 기자 redbona@naver.com

스즈는 잘 있습니다

  일찍이 어머니와 사별한 스즈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초대된다. 중학생의 나이로 아버지와 의붓동생을 보살펴야만 했던 스즈. 연신 훌쩍이던 의붓어머니 요코는 이제 그에게 본인 대신 조문 인사를 해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

  “그건 안됩니다.” 홀연히 옆에 나타난 아버지의 배다른 딸 사치는 단호하게 어른의 역할을 짚어 준다. 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식장에서 사치만이 벼랑 끝에 몰린 스즈의 외로움을 목격한다. 이후, 사치는 아버지의 유품을 전달하고 돌아서는 스즈를 붙잡는다. 그에게 좋아하는 장소를 묻자, 아버지와 자주 올랐다는 동산을 소개한다.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와 비슷한 풍경, 같은 아버지, 왠지 나와 닮은 여자아이. 언덕 위에서 사치는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이 아이는 우리와 함께할 운명을 지녔다고. 

  그렇게 사치의 권유로 가마쿠라에 도착한 스즈는 비로소 아이의 삶을 되찾는다. 언니들의 애정도 듬뿍 받으며 쑥쑥 자란다. 그러나 바닷가 생활도 매번 잔잔할 수만은 없는 법. 몸보다 마음이 먼저 커버린 스즈는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슬퍼한다. 사치는 그 걱정까지 의심 없이 보듬는다. “누구의 탓도 아니야.” 티 없이 맑은 사치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느껴진다면 그에 따른 반성은 우리의 몫이다. 방치된 아이를 거두는 데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그저 사치는 어른의 미덕을 베풀 줄 아는 다정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시간이 흘러 자매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연민으로 시작한 감정은 꼬리를 물고 늘어져 사랑으로 묶인다. 어느 날 사치도 아버지와의 추억이 새겨진 언덕에 올라 외친다. “아버지는 바보야.” 지난날의 어른도, 그들을 향한 미움도 바닷가 마을을 떠났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그리 중요치 않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마을 끝에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결처럼 네 자매는 함께 잘 살아가 볼 것이다.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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