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 공간 부족, 관심 부족
대면 재개 후 어려움 많아져

  학내 단체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여파로 2년 연속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를 이어오던 본교는 2022년 제55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루트’에 이어 올해 제56대 총학 ‘파동’이 출범하며 비로소 정상화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이하 학생회), 중앙동아리(이하 동아리) 등 여러 교내 단체 역시 비대면 체제를 마치고 점차 대면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본교 학생을 대표하고, 학생 간 교류의 장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교내 단체들. 그렇다면 현재 해당 대표자들은 각 단체를 원활히 운영하고 있을까. 본지는 교내 단체 운영의 어려움을 파헤쳐보고자 학생 대표자 14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체 운영, 가장 큰 걸림돌은
  우선 대표자들이 꼽은 ‘단체 운영에 있어 가장 차질을 빚는 요소’는 단연 예산 부족 문제였다. 본지에게 의견을 전달한 대표자 14명 중 11명이 예산 및 운영비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학내 주요 단체 중 하나인 학생회는 학생회비와 소속 학과 학생들이 지불하는 과비로 운영된다. 때문에 학생들의 재정적 참여도가 저조할 경우, 각 단체는 운영비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본지 취재 결과, 본교의 과비 납부율은 최저 학과 기준 약 20%대를 기록했다. (본지 보도 2022년 5월 30일 제531호 2면)

  A 단과대 회장 ㄱ 씨는 학생회로서 좋은 상품을 제공하고 싶지만, 예산의 한계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행사들 역시 제휴 업체 덕분에 겨우 진행할 수 있었다며, “업체가 구해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벌써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B 전공 4학년 대표 ㄴ 씨는 학생 단체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도 하락이 예산 부족의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체제로 학생들이 학생회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해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현재 과비나 학생회비 등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임을 밝혔다.

 

학교가 식품영양학전공에 제공한 학생회실의 모습이다
학교가 식품영양학전공에 제공한 학생회실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공간을 주세요”
  예산 외에도 실질적 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공간이다. 각 단체 구성원이 모여 행사를 기획하고, 소속 학과 학생들의 복지 제공에 도움을 주고 있는 자치 공간. 그러나, 현재 여러 단체가 제대로 된 공간을 제공받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영양학전공은 학생회실(이하 회실)과 함께 사용됐던 비만연구센터의 폐지 이후 지난달 25일, 학교로부터 새로운 공간을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제공받은 곳은 책상 외에 의자조차 들어가지 않는 매우 좁은 공간이었다. 총 7명의 학생회 전원이 동시에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회실은 현재 공사를 이유로 사용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학생회 측은 “현재 구성원들이 지낼 공간조차 없어 단체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가 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에 제공한 문화지식융합대학 학생회실의 모습이다
학교가 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에 제공한 문화지식융합대학 학생회실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렇게 협소한 공간조차 제공받지 못한 단체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은 지난 2021년 신설 이후 3년째 회실과 과방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학생회 측은 본교에 항의한 끝에 현재 문화지식융합대학 회실 하나만을 제공받았다며, “신설과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두지 않고, 무작정 과부터 만든 본교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예산 부족으로 학생들의 많은 항의를 빚었던 교내 축제. 이를 기획하는 축제운영위원회(이하 축운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축운위는 현재 회실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교내 강의실을 대여하거나, 비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축운위 위원장 김도연(문화예술경영 21) 씨는 “작년 학생지원팀과의 면담에서 회실을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올해 면담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며 축제 준비를 위한 물품들은 학생관에 방치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래인재융합대학(이하 미융대) 소속 학생들은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일반 단과대 학생들과 다른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학교 측의 지원과 시설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미융대 학생회장 이효선(금융융합경영 21) 씨는 “회실은 존재하지도 않고, 미융대생들을 위해 편성된 평생교육체제 LiFE 사업비를 학교시설 수리 및 리모델링비로 사용했다”며 학생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교내 동아리 역시 심각한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C 공연동아리 회장 ㄷ 씨는 현재 교내에 개설된 공연분과 동아리(△연극 △댄스 △밴드 △풍물놀이)의 경우 활동 특성상 큰 연습실이 필수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동아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연습 공간은 학생관 4층에 위치한 동아리 연습실 한 곳으로, “해당 동아리들은 이곳을 사용하기 위해 예약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발로 뛰는 이들
 이와 같은 시설 문제를 해결하고자 총학 파동은 지난달 22일부터 8일간 ‘구해줘! 동덕’ 프로그램을 통해 교내 시설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파동은 시설 부족 문제에 대해 “본교는 주요 문제점인 시설 확충 및 유지·보수를 진행하지 않고 운동장 페인트칠과 같은 부수적인 리모델링만 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수많은 학우분이 남겨주신 문제 지점들을 수용해 학교 시찰을 진행하고, 요구안을 작성해 본교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아리 시설 문제와 관련해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 박세아(컴퓨터 19) 씨는 “현재 시설 부족 및 유지·보수 문제와 관련해 학교 측과 논의 중”이라며, 추후 수요조사를 진행해 학교 측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학교의 미비한 지원을 바탕으로 자급자족하는 단체 대표자들. 이들이 힘을 얻는 순간은 단연 학우들의 모습을 볼 때다. 국어국문학전공 학생회장 송다은(국어국문 21) 씨는 “갑작스러운 대면 행사 준비에 힘들 때도 많았지만, 학우분들이 행사를 즐기고 만족해하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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