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알바>

과목 | 수학
대상 | 고등학교 2학년 학생
경력 | 2021년 7월~2022년 2월
근무 시간 | 매주 월, 수, 금 2시간씩
주의사항 |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음.

  세상 물정 모르던 학창 시절. 남들은 드라마나 웹툰으로 대학 로망을 키워갈 때, 기자는 조금 다른 콘텐츠를 찾았다. 바로 대학생 과외다. 대학 심볼이 박힌 학교 잠바를 입고, 쉬는 시간에는 ‘캠퍼스 라이프’를 들려주는 과외 선생님은 말 그대로 ‘멋진 어른’이었다. 기자에게 과외는 꿈의 알바 그 자체였다. 그런데 오고야 말았다. 진짜로 과외 선생님이 된 그날이.

  중학교 시절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소개받은 학생과의 첫 수업 날, 아파트 입구 유리창에 비친 모습이 ‘멋진 어른’ 같아 보여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수업을 끝내자마자 깨달은 건, 아직은 어른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 생각보다 ‘가르치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저 문제만 잘 풀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실수를 저지르는지 파악해야 했다. 때로는 전공 공부와 수업 준비를 병행해야 해 조금은 지치기도 했다. 그러나 성적이 올라 행복해하는 학생을 볼 때면, 어김없이 『수학의 정석』을 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외 알바의 가장 큰 단점은 선생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 특히나 수학 과목은 더 그렇다. 이른바 ‘수포자’였던 학생은 점차 어려워지는 개념을 버거워했고, 어느 순간 문제집을 별표로 채워오기 일쑤였다. 선생님으로서 역량이 부족한 탓 같아 더욱 노력했지만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마지막 끈을 붙잡듯 이어간 수업은 결국 예체능을 택한 학생의 결정으로 막을 내렸다.

  “저도 선생님처럼 대학 생활하고 싶어요.” 수업이 끝나면 술 마시기 바쁜 대학 생활이 민망해지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 과외 선생님도 이런 기분이었겠거니, 묘한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대학생만의 특권으로 일컬어지는 과외 알바. ‘꿀’ 알바로 알려졌지만,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어느새 전공책이 아닌 교과서를 펼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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