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용한 퇴사’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늘었다. 이는 MZ세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애사심 없이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는 것을 말한다. MZ세대, 아니 ‘우리’는 왜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는가.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으로 연결된다는 신념으로 19년을 달려온 우리는 대학 입시를 치른다. 원하는 대학이든 아니든 입학 후에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취업, 그 바늘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우리는 청춘을 바쳐 스펙을 쌓는다. 공모전에 도전하고,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소속감도 없는 기업의 홍보를 돕는다. 어학 성적과 자격증 취득은 기본, 알바도 스펙인 시대에 인턴은 필수다. 모든 활동이 끝나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인적성 검사, 면접.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기업에 입사한다. 평생토록 세워온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하지만 자축할 틈도 없이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선다. 기업의 성과를 위해 또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짐작은 했으나 생각보다 업무의 부담은 과중하다. 분명 자기 계발을 하고자 다짐했는데, 실상은 지쳐 쓰러지기 바쁘다. 그래도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겠거니, 한톨의 기대를 위안 삼아 오늘도 무거운 눈꺼풀을 떠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월급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최소 40년이 걸린다. 물가는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여기에 인구수 유지까지 우리 몫이 돼버렸다.

  “요즘 세대들은 열정이 없어.” 2017년 동아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번아웃 지수가 가장 높은 연령층은 20대였다. 2019년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조사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는 연령대도 20대였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조용한 퇴사는 멋 모르는 철부지들의 투정에 불과하다.

김한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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