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는 문화생활 뭐 없을까? 
꽃피는 4월, 물씬 다가온 신록을 만끽하며 여가생활에 봄바람을 더해볼 때다. 연극, 전시, 뮤지컬, 영화. 4명의 기자가 각양각색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각각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레드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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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당신, 옥탑방에 놀러오세요

  평소 한자리에서 집중하는 일에 면역이 없는 기자에게 연극이란 큰 산과 같은 존재다. 그리고 오늘 그 산을 오를 준비를 마쳤다. ‘10년 연속 예매율 1위’라는 문구에 홀려 로맨틱 코미디 연극 <옥탑방 고양이>를 예매하고 만 것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 인생 첫 연극이라니.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대학로 연극거리로 향했다.

  걱정과 기대감을 안고 들어간 틴틴홀 지하 1층은 친구, 연인,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으로 가득했다. <옥탑방 고양이>는 작가의 꿈을 안고 상경한 취준생 ‘정은’과 사람 냄새 나는 집을 짓고 싶은 건축학도 ‘경민’이 이중 계약에 묶여 어쩔 수 없이 한 달간 옥탑방에서 동거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옥탑방에서 빨간 선을 긋고, 화장실 이용 시간을 정하며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극은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하진 않는다. 후반부에서 정은은 줄곧 준비하던 공모전에 낙방하고 만다. 이후 그는 두 사람의 낭만이었던 옥탑방으로 돌아가 경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렇게 연극은 서로를 껴안은 연인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처음엔 사랑밖에 남지 않은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곱씹을수록 어떤 목표가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이에 크게 낙담하지 않고 자신이 어떤 과정에 서 있었는지 집중하는 정은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졌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를 보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이를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가끔은 반복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문화생활을 즐겨보자. 뜻밖의 인연이 삶의 위로를 건네듯이, ‘문화’도 예기치 못한 유희(遊戲)를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나윤 수습기자 dmhmm5@naver.com
 

 

“여러분, 사랑하세요~”

  봄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지금.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환희한 작가의 전시가 있다. 바로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린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이다. 이른바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그는 1929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세계대전을 겪은 작가이자, 드랭, 샤갈 등 유명 거장들과 예술적으로 교류한 노장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공연장의 모습, 연주자들의 열기, 연주에서 묻어나는 흥겨움, 길고 열정적인 연주의 순간 끝에 맞이하는 환호의 순간. 그는 이 모두를 생동감 있게 전한다. 

  조금 더 걸어간 곳에서는 말(馬)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숲, 바닷가, 초원 등 자연에 존재하는 말을 그만의 애정으로 해석한다. 이는 작품에 다양한 ‘푸른 빛’이 자리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파란 하늘과 바다에 대비해 채도 높은 분홍으로 노을을 표현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색칠할 때 주로 사용되지 않는 분홍색을 과감히 끼얹어 노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가에게 다시금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아내 샹테의 그림이 한데 모인 공간이다. 수많은 구도와 색채로 표현된 샹테를 보니 아내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전시장을 나서며 한 가지 여실히 느낄 수 있던 건, 그는 평생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120점에 달하는 작품에는 모두 그가 환희를 느끼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다가오는 봄, 이 계절의 따뜻함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싶다면 ‘사랑’으로 가득 찬 그의 전시를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진효주 수습기자 hyoju_press@naver.com

 

 

현장에서 음악과 대사로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

  오늘은 5,636번째 빨래하는 날입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캐스팅보드에 쓰여있던 글귀다. 2005년 초연으로 시작해서 2009년부터 상시 공연으로 대학로를 지켜온 뮤지컬 <빨래>. 벌써 27번째 재연으로 올해 10월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빨래>
는 관객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기자 역시 그 감동을 생생히 경험해 보기 위해 대학로로 나섰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서점 직원인 서울살이 5년 차 나영과, 꿈을 좇아 한국에 왔으나 불법체류자 신세인 몽골 청년 솔롱고 등. 공연은 녹록지 않은 현실 속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희망과 위로를 건넨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기자 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힘내라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라는 뮤지컬 대사처럼 인생을 살아가면서 작은 일에 얽매여 살지 말고 가끔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당신이 이 공연에 관심이 생겼다면 유튜브 등 다양한 영상매체를 통해 먼저 뮤지컬 넘버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이후 줄거리와 노래에 어느 정도 젖어 들었을 때쯤 직접 가서 공연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상으로 볼 때 가진 설렘이 직접 극을 볼 때의 현장감과 더해져 다양한 감정을 2배, 3배 더 잘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뮤지컬의 매력이다. 본인도 모르게 ‘뮤덕’으로 만들어 버리는.

박서현 수습기자 seose011@naver.com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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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따사로운 햇살 같은 영화의 매력 속으로

  “요새 극장에서 뭐 하더라?” 개강 이후 공강 시간을 다채롭게 보내기 위해 고민하던 기자는 가까운 영화관을 떠올렸다. SNS와 여러 사이트의 후기를 확인한 후 벚꽃이 만연하는 요즘과 잘 어울리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기로 결정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최근 국내·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흥행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으로, 관람 전부터 기대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까. 주말의 영화관은 사람들로 붐볐고, 특히나 상영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화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와 이 문을 닫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토지시 ‘소타’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들을 추억하고 자신들만의 기쁘고 아팠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모습을 너무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흥미로웠다. 먹먹한 여운도 길게 남았다. 기자 역시 극 중 주인공처럼 어린 시절은 종종 시골에서 보냈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기억 속 장소의 모습을 볼 때면 당시의 모든 추억과 순간들이 떠오른 적이 있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영화관은 항상 우리를 반겨준다. 또한 영화는 다양한 감각적 체험을 통해 우리를 가보지 못한 세계로 이끈다. 공강 시간이든 그저 쉬는 날이든 영화관에 방문해 다양한 감정들을 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영화들과 마주하자. 영화는 우리의 단조로운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쉬우면서도 강력한 원동력이 돼줄 것이다.

이보리 수습기자 dlqhfl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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