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산오

 

타투는 피부에 자신의 개성과 신념을 그려 넣는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몸에 기억을 담고 자신의 결점을 사랑하기 위한 방법으로 꼽히기도 한다. 합정에 위치한 작업실에서는 타투이스트 ‘산오’가 정성스레 그린 도안 하나하나를 적합한 주인에게 인도하고 있다. 피부에 스미는 잉크처럼 타인에게 ‘영원’을 새기는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있을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타투이스트 산오입니다. 동덕여자대학교 미디어디자인학과 출신이에요. 본업은 유튜브 콘텐츠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오 님은 어떤 대학생이었나요
  그냥 평범했어요. 월요일이면 우울했고 금요일이 되면 술 마시느라 바빴죠. 그런데 동기한테 ‘나는 어떤 학생이었냐’고 물어보니까 스타일이 확고한 친구였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개성 있고, 솔직하게 말하면 괴짜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좋아하는 장르도 좀 유별났죠. 록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록스타 특유의 자유로우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하거든요. 홍콩영화나 타란티노, B급 컬트무비나 옛날 셀 애니메이션같이 대비가 강한 비주얼도 좋아해요. 대학생 시절에는 좋아하는 것들에 굉장히 푹 빠져 있었죠. 그래서 새내기 때 전공 성적도 모 아니면 도였어요. (웃음)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본업은 미디어 디자이너예요. 영상을 만드는 일인데, 전부 디지털로만 작업하고 디지털로만 남는 일이죠. 아무리 밤을 새워도 실제로 물리적인 세계에서 내 작업을 만져 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거예요. 거기서 오는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그런데 타투는 내 작업이 타인의 피부에 실물로 남는 거고, 심지어 죽기 전까지는 영구히 보존되잖아요. 제 이상향에 가까운 작업이었어요.
  그리고 타투는 어떤 ‘메시지’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는 설명이 될 수도 있고, ‘나 이렇게 살아갈 겁니다’라는 다짐이 될 수도 있겠고요. 하다못해 그냥 멋있어서 한 타투도 ‘난 이런 걸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도는 말하거든요. 내가 영원히 가져가고 싶은 메시지를 새기는 일인 거죠. 이런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산오’ 타투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핸드포크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핸드포크는 말 그대로 ‘손으로 찍는다’는 뜻이에요. 사람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찍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는 것처럼요. 일단 머신을 안 사도 된다는 게 장점이에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지후 선배’가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듯이, 저도 바늘과 잉크만 있으면 뭐든지 그릴 수 있다…. 그게 장점입니다. 색도 예쁘게 남고 잘 안 번져요. 그것만의 감성과 자연스러움, 섬세한 맛이 있어요.
  그렇지만 너무 깔끔하고 정교하게 벼려낸 느낌은 오히려 지양합니다. 어린아이들 사진을 보면 좀 맹해 보이는 꼬마가 더 귀엽고 한 번 더 눈길이 가곤 하죠. 그 한 끗 차이의 유머나 센스를 담아내고 싶어요. 피식, 웃음이 나는 묘한 귀여움이나 빈티지하고 러프한 느낌이요. 정교하고 깔끔하게 작업하는 분들은 이미 너무 많아서 저까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작업할 때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철칙은 무엇인가요
  ‘반드시 마음에 꼭 들 정도로 성공해야한다.’ 저한테는 많은 작업 중에 하나지만 이 사람한테는 평생 남잖아요. 나를 믿고 찾아온 사람 인생에 오점을 남길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매번 성공해야 해요. 줄 타는 광대랑 비슷하기도 해요. 한번 삐끗하면 순식간에 사고가 난다는 점이요. 이런 특성 때문에 작업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부담보다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소개해 주세요
  동덕여대 학생이셨어요. 팔에 흉터가 있었는데, 흉터 끝점에서 시작하는 클로버를 새기고 가셨죠. 제가 상처 커버업 작업을 하는 게 처음이라 엄청 열심히 했었어요. 흉터라는 게 나쁜 기억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예쁜 그림으로 덮으니까 안 좋은 기억을 앞으로 생길 좋은 미래로 덮어낸 느낌이라 굉장히 의미 있었습니다. 결과물도 잘 나왔고요.


향후 계획과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타투이스트가 본업이 되진 않을 거예요. 제 본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그래도 제게 타투는 의미 있고 즐거운 작업이에요. 계속해서 즐겁게 해 나가고 싶습니다. 얕더라도 길게요. 살다 보면 ‘부 캐릭터(이하 부캐)’를 만들어 두는 것이 은근히 중요해요.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지쳐 나가떨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오잖아요. 그럴 때 도망가고 숨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피할 수 있도록 부캐를 만들어 두는 게 좋죠.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생이라서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했으면 좋겠어요. 지나고 나면 내가 좋아해서 했던 것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거든요.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과 수업을 듣느라 바빠서 못 했는데 그게 아쉬움으로 남더라고요.
  그리고 남의 말에 너무 열심히 따라가지 마세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시고요. 어린 시절의 저는 남이 하라는 일을 꾸역꾸역하다가 못 버티고 튕겨 나왔었는데, 그때마다 찾아오는 절망감이 매우 컸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실패해도 그렇게 괴롭지는 않아요. 오히려 다음에 다시 시작했을 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이왕 할 거 남이 하라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셨으면 합니다. 뜨겁게 사랑하듯이 뭐든 최선을 다하면 좋잖아요. 으악, 꼰대 같다. 저도 사실 잘 몰라요. 그냥 맘대로 하면서 사세요. 저도 제 맘대로 해요!

안나영 기자 anana2780@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