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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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 떡볶이는 언제 출시되나요?”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등장할 만큼, ‘제로(ZERO)’는 대한민국 식품 시장을 휩쓸고 있다. ‘제로 슈거(이하 무가당)’ 음료를 선두로 제과, 주류 업체까지 제로 전쟁에 뛰어든 지금, 현명한 소비자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새로운 식문화의 탄생, 제로(ZERO)

  지난해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선정한 10대 트렌드 상품 6위는 대체감미료를 활용해 당류와 열량을 낮춘 ‘제로 음료’였다. 전문가들은 해당 현상이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와 맞닿아있다고 본다. 헬시플레저는 행복과 건강의 공존을 중시하는 패턴으로, 건강 관리를 즐거움의 영역으로 추구하는 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다.

  ‘로우 스펙(Low Spec)’ 유행도 빠질 수 없다. 로우 스펙 식품은 열량, 화학첨가물 등을 줄여 섭취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맛과 더불어 성분에도 주목하는 풍조를 보여준다. 지난 1일, 롯데제과는 56년간 사용했던 사명을 ‘롯데웰푸드’로 새롭게 단장하며 제로, 비건 식품을 비롯한 건강식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혔다. 이렇듯 식품 업계는 영양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소비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무가당, 안심하고 먹을 수 있나
  자연스레 대체감미료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당의 대표 주자인 설탕은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단맛’을 내지만 △성인병 △인슐린 분비 장애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되, 맛은 유지하자는 차원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대체감미료다.

  하지만 최근 SNS에서 ‘롯데 제과의 제로 카카오 케이크를 먹은 후 혈당 스파이크1) 가 발생했다’는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당알코올이 포함된 해당 제품을 ‘무가당’으로 표기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내비쳤다. 당알코올은 당류 분자의 카보닐기2)를 인공적으로 환원해 생성한 유기 화합물이다. 대표적으로 △D-말티톨(이하 말티톨) △소비톨 △에리스티톨 △자일리톨이 해당하는데, 여기서 말티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설탕 대비 60~70% 당도를 지닌 말티톨은 체내 흡수율이 낮아 널리 사용되지만, 상대적으로 GI 지수3)가 높아 혈당 상승의 주범이 되며 과다 섭취 시 복통과 설사를 유발한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롯데 제과의 ‘ZERO 시리즈’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마트에 방문해봤다. ‘설탕 제로, 당류 제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로 초콜릿 칩 쿠키’는 △말티톨=5% △소비톨액=7% △에리스티톨=4%가 포함돼있다. 당알코올은 26g으로, 총내용량인 168g에 비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논란이 된 ‘제로 카카오 케이크’는 어떨까. 말티톨 17%를 포함한 당알코올은 총내용량의 약 1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은 제품 하단에 짤막하게 적힌 ‘제품을 과도하게 섭취할 시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장이 다였다.

‘당당한’ 당 표시가 필요합니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대부분의 무가당 제품에는 말티톨이 첨가돼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말티톨의 일일 허용 섭취량(ADI)은 정해진 바 없다. 이는 기업의 허술한 표기를 불러일으켜 대체감미료를 제한 없이 섭취해도 된다고 안심하도록 만든다. 때문에, 소비자는 더욱 세심하게 제품의 1회 제공량과 함량을 인식하며 섭취할 필요가 있다.

  ‘인공감미료가 인체에 해로운가’라는 질문에 전문가 대부분은 ‘NO’라고 답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알고 먹을 권리’가 존재한다. 바야흐로 제로 전성시대. 무가당으로 점철된 상술 속에서 제로를 앞세워 그 가치를 왜곡하는 기업의 ‘제로 상술’을 이젠 멈춰야 할 때다.

1) 혈당 스파이크(Sugar spike): 식사 후에 급격하게 나타나는 혈당 상승
2) 카보닐기(Carbonyl group): 산소 원자와 이중결합으로 결합한 탄소 원자가 있는 작용기
3) GI 지수: 식품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지수

 

이지은 기자 jieuny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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