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밤 10시, 인문관 A동 4층] 연구실 문을 나서려는데, 인문관 4층 A동 강의실 방향으로 걸어가는 학생을 봤다. 이후 4층 강의실과 복도가 소등되며 컴컴해지더니, 잠시 후 3층, 2층 순서대로 소등됐다. 전기 절약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솜솜님의 흔적이었다. 마스크에 가려져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늦은 시간에 강의가 끝난 걸로 보아 미래인재융합대학 솜솜님으로 짐작됐다. 늦은 밤, 강의실마다 형광등, 전자칠판, 빔프로젝터가 켜져 있는 걸 나도 가끔 봤었는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2023년 3월 경영학과 학술답사] 열린경영 90여 명의 학생들과 학술답사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다. 학생회 임원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삼겹살, 김치, 햇반이 준비됐고, 학생들과 맛있게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학생회 임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함께했다. 한 시간 정도의 식사 시간 동안 고기와 김치 추가 요청에 응답하느라 학생회 임원들은 단 10분도 편하게 식사하지 못했다. 동시에 ‘네, ◯◯님, 뭘 더 드릴까요?’라며 서로 먼저 일어나는 모습에서 존중, 배려, 책임감이라는 소중한 단어들이 떠올랐다. 

  ‘나 혼자 강의실을 소등하고 다닌다고 지구가 얼마나 나아질까?’, ‘나 혼자 상대방을 존중하고, 책임을 다한다고 세상이 얼마나 나아질까?’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질문인지를 솜솜님들이 느끼게 해줬다.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ESG 열풍이다. ESG는 환경(E), 사회적 책임(S), 지배구조(G)의 약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당연히 지켜야 할 소중한 핵심 가치들이다. 그런데 ESG 모범 사례로 소개된 기업에서 터지는 사건들(환경오염, 발암물질 사용, 갑질, 차별, 성희롱, 부당해고, 안전사고, 임원 횡령 등)을 접하면서 ESG의 소중한 가치들이 일부 기업의 어두운 모습을 감추는 포장지로 악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지속 가능 보고서에 화려한 글과 숫자로 자랑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솜솜님들이 보여준 작은 ESG 실천들이 모여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하나 애쓴다고 달라질까?’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나부터 애쓰자(esg). 최근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 4>에서 불린 조동화 님의 시 『나 하나 꽃 피어』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자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이은철(사회과학대학 경영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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