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심리연구원 민율미 원장

 

 “색은 온종일 나를 집착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그리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남긴 말이다. 이처럼 색은 인간과 떼놓을 수 없이 깊은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종종 고유의 색을 잊곤 한다. 빛바랜 세상 속 잃어버린 색을 찾아주는 한국패션심리연구원 민율미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주)한국패션심리연구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패션심리연구원의 민율미 원장입니다. 주로 퍼스널 컬러를 교육하고 연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패션심리연구원은 한마디로 패션 트렌드를 연구하는 회사입니다. 보통 심리라고 하면 개인의 심리를 생각하는데, 저희는 소비자 심리 쪽이에요. 잘 알려진 건 퍼스널 컬러지만 전반적으로 스타일링에 대한 모든 걸 연구하고 교육합니다.

(주)한국패션심리연구원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주 업무는 퍼스널 컬러 진단이지만, 외부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 또는 학교·관공서와 협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뷰티 업계와 진행할 때는 제품 분석과 자문을 합니다. 제품 구상 단계에서 어떤 색상을 써야 하는지, 어떤 색상끼리 배합을 짜야 소비자가 만족할지 고민하죠. 학교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일반적으로 자격증 발급을 하거나 학교와 연계해서 취업 활동을 지원합니다. 관공서 같은 경우는 신입사원의 이미지 메이킹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해당 직업군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퍼스널 컬러리스트는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해주는 직업이에요. 사람마다 어울리는 색은 모두 다르거든요. 색상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제형과 같은 질감적인 부분들도 추천해드려요. 자질이라면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야 해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까 사람을 좋아해야 합니다. 또,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응원할 수 있는 분이 적합해요. 그 과정에서 만족감도 느낀다면 굉장히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컨설팅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무엇인가요
 고객이 본인의 퍼스널 컬러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예요.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베스트 이미지가 충돌하는 거죠. 그럴 땐 설득과 타협이 필요해서 정말 어려워요. 궁극적으로 아는 게 많아야 설득할 수 있으므로 퍼스널 컬러리스트는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고객의 이미지를 파악하는 감각도 익혀야 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이론적 지식도 쌓아야 하죠.

의뢰인과 무엇을 위주로 상담이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진단을 내리는 것이니 고객에게 많이 묻지 않아요. 저희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서요. 대체로 메이크업 관련 질문이 많은데 고객 개개인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대응해야 하죠. 백화점 브랜드를 애용하는 경우 그에 맞는 추천을, 반대의 경우에는 드럭스토어 위주의 상품 추천을 하는 식으로요. 또, 최근에는 웨딩 쪽 수요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컨설팅은 무엇이었나요
 한 남성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분이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이곳을 방문했는데, 그해 마지막 날에 장문의 연락을 남기셨어요. 자기 자신을 혐오한 적도 있었지만, 컨설팅 이후 본인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 돼서 좋았다고요. 가끔 막연한 것들이 있잖아요. 사람은 주변 평판에 의지해 자신을 평가하게 돼요. 하지만 전문가의 객관적인 눈으로 비로소 본인을 알게 되는 게 굉장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조금 당황스러워서 기억에 남는 의뢰인도 있어요. 흰 피부에 집착하는 분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본인이 몇 번째로 하얗냐고 꾸준히 물어보더라고요. 일주일, 한 달, 6개월 간격으로 물어보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셨어요. (웃음)

트렌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따로 참고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시장 조사는 필수입니다. 백화점, 드럭스토어, 온라인 사이트를 모두 분석해요. 제품 흐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므로 전반적인 시장을 파악하는 거죠. 사실 트렌드는 어느 개인에 의해서라기보단 상황에 따라 통째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후 ‘물먹 틴트’가 유행하듯이 말이죠.

일에 대한 원장님만의 신념과 목표가 있다면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제 좌우명이에요. ‘할 때까지 해보자’ 같은 면이 있죠. 저희 수강생분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저는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도 모든 질문에 다 답해드립니다. 이 분야는 이론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물어볼 곳이 별로 없거든요. 퍼스널 컬러도 기본적으로 학문을 토대로 하니까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목표라면, 최근 태국의 한 업체와 컨택해 해외 진출을 논의하고 있어요. 한국의 독자적인 퍼스널 컬러 이론을 전파하는 거죠. K-뷰티까지 함께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름의 직업병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립스틱을 꺼내며) “발라 보세요.” 이런 거? (웃음) 의뢰인이 아니더라도 정말 안 맞는 헤어 스타일을 한 경우가 있고요. 정말 안 어울리는 립스틱을 바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입생로랑 몇 번이 참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하며 호수를 적어드리죠.

해당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운동 열심히 하세요. (웃음) 사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체력은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 관리도 중요해요. 자기 관리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일을 하려면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하고 바라봐야 해요. 쉽지 않은 일이죠. 본인을 인정하지 않으면 타인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기 마련이에요. 따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또, 색이라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줘요. 아무래도 20대 때는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옷장이 흰색과 회색, 검은색으로 가득 차 있죠. 꼭 옷이 아니어도 되니 다양한 색을 자주 경험해봤으면 합니다.


이지은 기자 jieuny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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