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치오 카텔란 《WE》

기간|2023년 1월 31일 ~ 2023년 7월 16일
위치|리움미술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관람 포인트|'죽음'을 다루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
최애 작품|<사랑이 두렵지 않다>


  본 전시의 티켓은 회색 테이프로 고정된 바나나와 전시 제목 《WE》가 겹쳐 프린팅돼 있다. 이 평범하디 평범한 바나나는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으로, 약 1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해당 작품은 하찮게 훼손되고야 만다. 사유도 제목 그대로 코미디다. 한 대학생이 배가 고파 벽에 붙어있던 바나나를 뜯어 먹은 것이다. 정작 작품의 주인인 카텔란은 심드렁하다. “예술은 어차피 전부 다 재활용이고, 일종의 늙은 경주마들의 계주 같은 것 아닌가?”

  카텔란은 자신의 미술이 권위에 맞서는 하나의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도전에 도전한 학생의 행위는 가히 그가 바라던 바였다. 유별난 그의 성격은 전시장에서도 마주할 수 있었다. 액자에 담긴 작품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대신에 동물, 사물, 사람이 박제된 모형들로 우글거렸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말을 시작으로 비둘기 무리가 전시장을 점령했다. 관람을 방해하듯 일정 시간마다 소년 <무제>는 북을 쳐댔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작품들을 두고 정해진 주제와 챕터도 마땅히 없어 멋대로 작품을 감상해야 했다.

  발걸음 끝에 비로소 닿은 작품에는 특유의 오싹함이 있었다. 죽은 인물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모형들을 맞닥뜨린 것이다. 무릎 꿇은 히틀러 <그>와 카텔란의 어머니를 본뜬 <그림자>는 해당 인물이 되살아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들은 전시장에서 살아 숨 쉬며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 모두의 혐오와 슬픔을 상기시켰다.

  이렇듯 그는 금기시됐던 잔혹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실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에는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냉소가 깃들어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서야 알 수 없는 찜찜함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 기분도 잠시, 전시장을 나오던 도중 건물 앞 노숙자 역시 전시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미술과 현실의 경계가 흐물거렸다. 나는 비극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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