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대여소 '한복궁'에 진열된 한복의 모습이다
△한복 대여소 '한복궁'에 진열된 한복의 모습이다

  갓난아기의 배냇저고리부터 세상여행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며 입는 수의까지. 우리는 한평생 옷과 함께한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걸쳤잖소’라는 노랫말이 있을 정도로 옷은 늘 피부와 맞닿아 있지만, 그중 한복은 우리에게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다. 우리나라 전통 의복이기에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특별한 기념일 외에는 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미디어에서는 한복을 다루는 사례가 많아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으로, 주지훈, 류승룡 등의 배우가 ‘갓’을 쓰고 등장한다. 이를 본 외국인들은 ‘멋진 모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라며 한국의 전통 의상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또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한류를 책임지는 아이돌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 고유의 멋이 담긴 콘셉트를 선보일 때마다 글로벌 시장은 떠들썩해지곤 했다.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한복의 세상
  한복이 외국인에게도 인기를 얻으며 한복 대여소도 성행하고 있다. 경복궁 근처에서 한복 대여소 ‘한복궁’을 운영 중인 이경희 씨는 “외국인 손님들이 한복에 관심이 많다”며, “한복을 입은 채로 분식을 먹거나 카페에 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복 대여소가 모여 있는 길거리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화려한 한복을 착용한 채 길을 거닐고 있었다.


  이 씨가 운영하는 대여소의 한복은 저고리가 짧은 게 특징인 조선시대 의복이다. 그러나 저고리에 꽃과 나비 같은 수가 많이 놓여 있다는 점에서 수를 많이 놓지 않은 실제 조선시대의 의복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금박한복 등 디자인이 화려한 ‘프리미엄 한복’은 저고리가 길고 치마폭이 좁으면서, 세탁이 용이한 원단을 사용한다. 이는 한복을 현대식으로 개량해, 편리성과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이다.


  저고리의 고름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한 주목할 점이다. 고름은 이미 매어진 채 고정돼 있고 ‘똑딱이’ 버튼으로 옷섶을 여미기만 하면 된다. 이를 전통한복이라 취급할 수 있는지 묻자, 이 씨는 “간편히 입을 수 있도록 개량된 한복일 뿐, 이것도 전통한복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형식에 변형이 없다면 전통한복을 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계 없이 새 시대로 기억될 우리 한복
  한국색동박물관 색동연구가 김옥현 교수 역시 아름답고 편안한 한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복의 유행보다는 결과를 생각한다”며, 현대에 맞는 한복 개량이 우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생활한복 브랜드 ‘천의무봉’의 조영기 디자이너는 한 라디오에서 한복을 “하나의 장르로서 계속 변화하며 숨 쉬는 옷”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패션은 항상 혁신이 필요하고, 전통도 항상 변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현재 한복 전문가들의 트렌드는 ‘혁신’이다. 이제 한복은 아름다움은 기본이고, 개성과 편안함의 영역까지 뻗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낳는 것은 단연 한복의 일상화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 성인의 날에 기모노를 직조해서 아이에게 입힌다. 이 밖에 마을 축제 같은 특별한 행사에서도 유카타를 챙겨 입는 등 일상에서 전통 의상을 보다 자주 접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자신의 한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조차 드물다. 이는 한복이 일회성을 띠는 복장이며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김 교수는 “우리 것을 정성으로 돌보기 위해서는 ‘나’의 한복을 잘 갖춰서 기념일에 꾸준히 입고 그 모습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복, '입어만 볼게요' 아닌 '입어도 볼게요' 
  점차 세계로 퍼지고 있는 한복은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개회식에서 중국인이 한복을 입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SNS에 ‘#한복_챌린지’, ‘#Korea_hanbok_challenge’ 등의 해시태그를 게시해 중국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맞섰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의 역사 왜곡에 ‘열만 올리는 행위’는 큰 힘을 갖지 못한다. “문화는 결국 많이 쓰는 나라의 것”이라는 김 교수의 말처럼 정보화 시대에 한 문화의 소유를 주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문화를 더 발전시키고, 많이 쓰는 것뿐이다. 우리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선, 그리고 우리 문화를 진정으로 아낀다면, 한복이 일상 속에 더 스밀 수 있도록 개인의 노력이 행해져야 하지 않을까.

김다연 기자 redbo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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