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월곡역 부근에 위치한 우리 학교. 등굣길에 수많은 역을 지나치며, 나와 함께 열차에 올라탄 이들은 어디로 향하는지 묻고 싶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단 하루, 네 기자가 여러분과 같은 열차를 탄 행인 A가 돼서 6호선 탐방을 해봤다. 우리가 어디서 내리는지 궁금하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어느 맑은 날, 과거로의 시간여행
  오락가락한 날씨는 이제 안녕! 요즘은 화창한 날씨가 야외활동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기에 색다른 나들이 장소를 고민하던 중 찾게 된 곳은 화랑대역. 등굣길이 전부였던 6호선에서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란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


  화랑대역의 ‘화랑대 철도공원’은 구 화랑대역에 시초를 두고 있다. 구 화랑대역은 2010년 복선 전철화로 인해 해당 역을 경유하는 기차가 사라지며 폐역이 됐고, 서울시에서는 활기를 잃어가는 이곳에 산책로와 옛 기차를 설치해 공원을 조성했다. 이처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덕에 현재는 근처 주민들은 물론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공원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녹음과 함께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주는 예스러운 기차가 우리를 반긴다. 1950년대의 협궤열차와 미카열차, 체코와 일본의 노면전차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간직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철도와 기차를 십분 활용한 이색적인 풍경에 카메라를 드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랑대 철도공원은 기차를 활용해 다양한 주제의 공간들을 마련했다. ‘노원 기차마을’에는 스위스의 관광명소와 기차들을 디오라마1)로 구현해 냈고, ‘화랑대 역사관’의 철도 유물은 과거 경춘선 내부로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무궁화호 내부를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한 ‘타임 뮤지엄’에서 진행된 시간에 대한 전시는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공원 안의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는 움직이는 기차가 전달 해주는 음료를 마시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기차와 독특한 전시, 특색있는 휴식 공간까지. 알찬 볼거리로 활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화랑대 철도공원은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한 즐길 거리로 가득했다.

1) 디오라마: 실물을 축소한 미니어처들을 사용하여 하나의 장면이나 풍경으로 형상화한 작품

진효주 수습기자 hyoju_press@naver.com

 

현재의 행복과 과거의 아픔이 공존하는 곳, 창신
  화랑대역에서 푸릇푸릇한 자연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높은 곳에 올라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시간이다. 평화롭고 단조로운 모습의 창신역은 화랑대역으로부터 9개 역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서정적인 분위기에 야경까지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최근 들어 숨겨진 서울 명소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첫 행선지는 ‘창신동 절벽마을’로, 지도상으로 역에서부터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절벽마을’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경사가 매우 가팔랐지만, 끝까지 올라가 보자는 오기로 언덕을 올랐다. 마침내 정상에 다다르자 아기자기한 주택들과 아름답고 정적인 도심 풍경이 펼쳐졌다. 이와 동시에 한가운데에 존재감을 띠며 솟아있는 회색빛 수직 절벽도 눈에 들어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채석장으로 이용된 ‘낙산’의 흔적이었다. 당시 일본은 이곳에서 화강암을 강제로 채굴해 조선총독부와 옛 서울 시청 등을 축조했다.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아픈 흔적은 도심 속 공간에 역사적 깊이를 더하는 듯했다.


  절벽마을 정상 옆 골목에는 얕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곳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면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낙산공원’이 나온다. 대학로와 동대문으로부터 이어지는 낙산공원에는 서울한양도성 순성길과 푸른 숲이 어우러져 있다. 절벽마을보다 확연히 낮은 경사도에 아무 생각 없이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머리를 가득 메웠던 답답함과 고민이 잠시나마 잊히는 듯했다. 더불어 성곽길 군데군데 피어있는 봄꽃들 덕에 바빠서 지나치기만 하던 봄 내음을 비로소 즐길 수 있었다.


  창신동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잠시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묘한 끌림을 가지고 있다. 월곡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 창신동에서 느긋함을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이보리 수습기자 dlqhfl68@naver.com

 

책으로 마음을 ‘다독’이다
  귀를 자극하지 않는 자연의 소리와 잔잔한 바람, 그 속에서 책을 펼치는 모습.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아이유가 책을 읽는 장면은 모두에게 독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조용한 동네를 여행하며 고요함을 되찾은 뒤엔, 마음의 양식을 쌓아줘야 하지 않겠나. 번화가인 삼각지역과 합정역으로부터 세 정거장씩 떨어져 있는 대흥역에는 ‘독서 맛집’이 숨어 있다.


  아이유를 꿈꾸며 향한 곳은 ‘서점극장 라블레’로, 세계문학 서점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오에 겐자부로, 프란츠 카프카, 토니 모리슨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 소설가들의 책을 다루고 있다. 그중 스코틀랜드 작가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하고 온화한 색감의 표지와 달리 브렉시트 이후 격변하는 영국 사회를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엔 서점 주인의 소장본도 전시돼 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공간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서점을 나서자, 초록색으로 가득 칠해진 경의선공원이 보였다. 도심 속 작은 숲길을 통과하며 생명력을 얻은 뒤, 음료와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티크’에 도착했다. 북티크는 출판 브랜드로 책을 출간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작가들을 초청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방문한 날에도 이옥토 작가의 북토크가 열릴 예정이었기에 저녁 6시까지만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다. 미리 신청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품고 부지런히 가져온 책을 펼쳤다. 오늘의 책은 김재은 작가의 『유리, 바다』. 조용히 들려오는 음악과 함께 읽으니,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차분하고 울적한 감정이 더욱 와닿아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늘어나는 과제와 닥쳐오는 마감 기한. 여름의 초입엔 화창해진 날씨와는 다르게 고민과 불안이 쌓여 마음이 황폐해지기 쉽다. 그럴 땐, 독서를 통해 마음에 나무를 심으며 잠시 쉴 수 있는 그늘을 마련해주는 건 어떨까. 다가오는 시험 기간은 족히 버틸 수 있는 기둥이 돼줄 것이다.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반복되는 굴레 속 정차 구역, 연신내
  “분명 10분 전에 응암이었는데 왜 아직도 응암이죠?” 6호선은 고리형 노선으로, 순환열차가 응암에서 불광, 연신내 등 몇 개의 역을 지나 다시 응암으로 돌아온다. 일명 ‘버뮤다 응암지대’로 악명 높은 이곳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탈출할 수 있다.


  한눈팔지 않고 무사히 연신내역에서 내려 향한 곳은 전통시장인 ‘연서시장’. 그러나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또 다른 굴레에 빠졌다. 시장은 자고로 소비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곳이 아닌가. 신발 매장에 진열된 토끼 슬리퍼가 귀여운 것에 약한 기자를 유혹했다. 몇 걸음 못 가, 침구 가게 사장님만의 ‘누빔 베갯잇 컬렉션’ 앞에서도 발걸음을 멈췄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년간 쌓아온 영업 기술을 발휘하는 사장님들 덕에 계획에 없던 지출을 하고 말았지만, 근래 가장 만족스러운 소비였기에 후회는 없었다.


  시장 곳곳을 누비다 보니 어느새 식사 시간이 됐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자는 친구의 말에 식당 ‘서울집’에서 먹장어를 도전했다. 두 사람 모두 오독오독 씹히는 맛에 매료돼 만족스러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민들레 잎과 씀바귀 등 색다른 쌈 채소 역시 음식과 잘 어우러져 식욕을 더 돋웠다.


  알찼던 시장 나들이 이후, 며칠 뒤에 한 번 더 연신내를 방문했다. 복합문화공간인 ‘공간 루트’에 방문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LENA 작가의 개인전 〈티티루스의 숲〉이 열리고 있었다. 성(性)과 출산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의 몸을 떠올리며 작가가 만든 가상의 숲인, 티티루스의 숲. 전시를 통해 ‘나의 몸’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틀간 둘러본 연신내는 ‘사람 냄새’ 나는, 소박하기에 더 특별한 동네였다. 담백함이 가득한 이곳에서 얻은 활기를 간직한 채 응암순환행 열차에 올라탄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김다연 기자 redbo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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