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인구 천만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뜻의 ‘펫밀리(Petmily)’에 이어 ‘펫(Pet)’과 ‘이코노미(Economy)’를 결합한 '펫코노미(Petconomy)'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은 지금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부터 펫 보험, 관련 학과까지. 이제 반려동물은 ‘애완’을 넘어선 현대인의 어엿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바로 펫샵과 불법 번식장이다.

 대한민국 펫샵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반려견은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50cm의 폭이 채 되지 않는 쇠파이프 뜬장1)에 갇힌 암컷 개는 매일 주사기로 발정제와 정자를 주입당한다. 관리받지 못한 탓에 털이 잔뜩 엉킨 개들은 뜬장 구멍에 발이 빠지고, 여린 살이 짓눌린다. 하지만 관리인의 편한 배설물 처리를 위해선 참아야만 한다. 수차례 뾰족한 바늘에 찔려가며 임신에 성공하면, 음식물쓰레기가 섞인 사료를 먹으며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출산이 임박하면 암막 처리가 된 공간으로 이동하지만, 어미 개는 이후에도 고통에서 해방될 수 없다. 곧바로 또 다른 새끼를 임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듭된 출산으로 탈장되거나 자궁이 적출된 개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더는 새끼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면 배가 갈라진 채 버려진다. 약물이 비싸므로 안락사는 시키지 않는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아는 ‘작고’, ‘귀여운’ 반려견이 탄생한다.

 만들어진 상품은 판매해야 한다. 젖도 떼지 못한 새끼들은 경매장에 도착해 혈통, 품종, 외모 등의 엄격한 기준을 통해 값이 매겨진다. 매매가 이뤄지면 즉시 전국의 펫샵으로 옮겨져 쇼윈도 속에 ‘예쁘게’ 진열된다. 덩치가 커지면 가치가 하락하기에 생명을 유지할 최소한의 사료만 먹지만, 운이 나빠 6개월 이상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 불법 번식장으로 팔려가 부모와 똑같은 길을 걷거나 도살된다.

 철저히 인간에 의해 조작되는 탄생과 죽음에는 어떠한 자연의 섭리도 찾아볼 수 없다. 반려동물을 진정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가족을 사고파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 오늘도 진열대에 앉아 선택되기만을 기다리는 그들의 눈엔 무엇이 비치는가. 잔혹한 미래일까, 평생을 함께할 반려일까.

1) 뜬장: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철창

이지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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