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여기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두 발 벗고 뭐든 체험하고 쓰는 사람이 있다. 일명 ‘행동하는 돌+아이’로 불리는 남형도 기자다. ‘남 기자의 체헐리즘’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근 유명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머니투데이 언론사의 디지털콘텐츠부에 속해 있는 기획 기자 남형도입니다. 2018년부터는 ‘남 기자의 체헐리즘’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해 왔어요.

기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생 때는 다큐멘터리에 매력을 느꼈고 세상에 변화를 일구고 싶다는 생각으로 막연히 PD를 꿈꿨죠. 그런데 방송사 시험을 준비하던 도중 우연히 본 신문사 시험에 운 좋게 합격한 거예요. 사실 수습기자로 생활할 때도 몰래 방송사 시험을 보러 다니곤 했는데요. (웃음) 기자와의 연이 깊었는지 지금까지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미디어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기자가 되기에 유리한 편인가요
  기자 관련 학과로는 최근까지 신문방송학과(이하 신방과)로 불렸다가 새롭게 바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대표적이죠. 저도 신방과 출신인데요. 공통 관심사를 지닌 집단 사이에 있으면 어렴풋이라도 기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되긴 할 거예요. 하지만 관련된 전공을 택하지 않는다고 불리할 건 전혀 없어요. 기자 관련 학과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지식 분야를 전공으로 삼고, 관련 정보들을 깊이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어요.

기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다독(多讀)’을 강조하는데 그보다 저는 ‘생각하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어요. 무작정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빈 종이에 끊임없이 본인 생각을 풀어나가는 연습을 했죠. 읽는 것만을 고집한다면 분명 다른 이들의 문체와 비슷해져 본인의 스타일을 찾기 힘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남 기자의 체헐리즘’을 연재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요
  모두 제 기억에 생생하게 남지만 ‘특수청소 체험’이 가장 힘들었어요. 고독사가 증가하는 사회 속에서 고인의 집을 직접 청소하시는 분들을 만나 함께 일해봤었는데요. 제가 청소한 곳의 환경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2주가 지난 고인의 흔적들로 가득했어요. 누워있던 자국이 그대로 남겨진 소파, 오랜 기간 방치된 시체의 잔여물로 인한 악취, 우글거리는 구더기들까지. 무엇보다 혼자 사는 삶의 고독함이 집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소수의 삶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풀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소수의 이야기는 소수의 사람만이 집중하는 경향이 커요. 그만큼 기자는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을 관심 있게 만들어야 해요. 즉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상대가 관심이 없다면 “그럼 보지 마”라고 선을 긋는 대신 그들조차 독자층으로 두고 기사를 기획해야 해요. 예컨대 4월에 열리는 시각장애인 체험 행사에 벚꽃축제라는 요소를 가미해 기사를 작성한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소수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고 이해할 수 있겠죠.

앞으로 기획하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획에 집중해 보고 싶어요. 아직 뇌가 말랑말랑해서 새로운 무언갈 주입하면 변화를 이끌어가기 가장 쉬운 대상이 바로 청소년들이에요. 중장년층과 노년층 대부분은 이미 가치관이 고정돼 있어 생각을 바꾸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인권, 젠더, 동물권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잘 갖춰져 있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점차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뻗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공동체 안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돼요. 그렇기에 깊이 생각하고 고민할 줄 아는 ‘더듬이’만큼은 지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를 희망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점차 기자를 희망하는 사람도 줄고 있어요. 그럼에도 기자를 희망하신다니 선배로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기자가 글만 쓰는 직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직업이에요. 그렇기에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해요.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부디 언론사를 신중히 선택해서 입사하길 바랍니다. (웃음) 그 팁은 들어가고 싶은 언론사의 전반적인 기사 스타일과 그곳만의 철학을 들여다보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건 모든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 ‘세상을 깊이 바라보려는 마음’만은 꾸준히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주 기자 hyoju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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