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같이 상영하고 있는 저예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얼마 전 4만 명을 넘어섰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두 영화는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명대사를 남긴 <베테랑>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정산 처리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방적 해고를 통보받은 배기사(정웅인)는 회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인다. 그러자 신진 그룹 셋째 조태오(유아인)는 그를 사무실로 부른 후 폭력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또한, 클럽에서 마약 파티를 벌이는 등 ‘부패한 재벌’의 끝을 보여준다. 이러한 ‘유아독존 안하무인’ 재벌 조태오의 수상한 낌새를 느낀 서도철(황정민)은 ‘베테랑’ 동료 형사들과 함께 조태오를 잡기 위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목만 보면 동화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엘리트’가 되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 이후 장애가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일에만 열중한다. 그러나 아무리 일해도 행복해 질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을 깨달은 수남은 자신의 꿈을 방해하는 자들을 찔러 죽이는 등 본능적인 광기를 표출한다.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을 향한 수남의 잔인하고도 통쾌한 복수는 이 영화가 왜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인지 이해하게 해준다.

연령 등급 15세 대 18세, 관객 수 1000만 대 4만이라는 이질적인 두 영화가 과연 어떤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가질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 비판’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SK그룹 물류업체 M&M의 최철원 대표가 ‘맷값’을 주고 시위자를 폭행했던 일명 ‘맷값 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베테랑>은 윤리와 도덕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재벌을 비판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은 조태오를 향해 통쾌한 복수를 해주는 영웅 ‘베테랑’이 많아지기를 소망하게 된다. 한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사회 계급과 성에 따른 불평등을 비꼰다. 사회경제적으로 하위 계급에 속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 되는지에 관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된 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주류이건 비주류이건 어떠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종착역은 어쩌면 같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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