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길 것만 같았던 방학이 끝나간다. 이 글이 종이에 활자로 찍혀 배포될 때면 완전히 끝났을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맞이한 3번째 방학이.

  학기 중엔 오매불망 방학만 기다렸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방학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방학이 되니 왠지 ‘알차게’ 보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에 함부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것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나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새로이 다른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면 응원이 아닌 핍박이 돌아온다. 다시 취업 시장에 돌아왔을 때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학생들은 매년 주어지는 두 번의 방학 동안에도 알차게 ‘갓생’을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각종 자격증이나 스펙을 쌓아 취업 준비 기간을 줄이고, 남들이 취업하는 시기에 자신도 취업하려 한다.

  취업 외에도 방학 기간 대학생을 괴롭히는 것이 또 있다. 바로 SNS다. 방학만 되면 SNS 타임라인은 온통 신나게 방학을 보내고 있는 지인들의 게시물로 가득 찬다. 해외여행, ‘호캉스’, 대외활동, 공모전 등. 그런 게시물을 침대에 누워 보고 있으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나는 왜 여행도 못 갔지?’ 하고 말이다.

  이렇게 나와 같은 대학생들을 괴롭히는 것들의 공통점은 바로 ‘비교’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건강한 삶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비교하지 않는 것이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며 모범 답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범 답안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머릿속에 새겨보면 어떨까. 사람마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다. 내가 열심히 일하며 돈을 모을 때 여행을 다니던 이가 반대로 내가 쉴 때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다르고 시기가 다를 뿐, 인생에 늦고 빠른 건 없다. 모범적이지 않더라도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찬희 학생 논설위원 (문예창작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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