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42분, 메시지가 왔다. “내일 나와 같이 이곳에 갈래?” 내 친구 J다. 그와 함께라면 재밌을 게 뻔했다. MBTI까지 J인 J는 근사한 모임을 계획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늘 지치지 않고 우정을 말했다. 생일에는 꼭 우정 에세이를 선물했고, 밤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간 날에도 디카를 컴퓨터에 연결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야 잠드는 친구였다.

  그가 말한 이곳이란 홍대입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우정 상담소로, 최근 책 『아무튼, 친구』를 출간한 ‘열혈우정인’ 양다솔 작가가 친구 이슬아, 계미현 작가와 함께 기획한 북토크였다. 책 밖에서 만난 그들의 대화는 조금 더 투덕거렸고, 생생한 사랑이 묻어 있었다. 서로가 없어도 너무 잘 살고, 너무 못 산다는 양 작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무튼, 그는 친구를 사랑해서 글을 쓰고 비건을 지향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기가 끔찍이도 어려워 친구들이 돌려주는 사랑을 빌려 자랐다. 아래는 『아무튼, 친구』의 마지막 문단이다.

  송이버섯은 어느 날 쏙 하고 고개를 내민다. 소나무가 가진 포도당을 나눠 먹고 쑥쑥 자라서 주변 바위 위에 하얀 포자를 넓게 뿌린다. 그 포자가 스며든 바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깨어진다. (중략) 버섯이 바위를 깰 수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바위를 깬다면 그것은 버섯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친구들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무언가가 서서히 그리고 분명히 깨어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우리는 아주 까마득한 유년 시절부터 당연하게 친구를 사귄다. 함께 웃고, 고민을 나누고, 세상을 배운다. 하지만 이따금 우정을 볼품없이 대할 때가 있다. ‘그냥 친구로 지내자.’ 고백을 거절하거나 헤어지는 연인의 대화 속에서는 거의 찬밥 신세다. 사랑과 우정 중에 무엇을 고를래? 나는 대답 대신 욕심쟁이를 택했다. 지치지 않고 친구를 사랑하기로 한다.

송영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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