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시야, 누군가 총구를 겨누며 다가온다. ‘딸깍….’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들리고 처절하게 도망치던 나는 꿈에서 깨어난다.

  꿈속에서 하염없이 무언가에 쫓기던 모습은 현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2021년, 대학입시에서 총 여섯 차례 불합격을 맞닥뜨리고 계획에 없던 재수를 시작했다. 목표는 오로지 방송 연출가. 꿈을 향해 스스로 채찍질했지만 돌아오는 건 악몽이었다. ‘이번엔 기필코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심신은 한없이 지쳐갔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돌아갈 순 없었다.

  우리는 과거를 자양분으로 살아간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더 노력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며 잠 못 이루는 날도 있다. 때문에, 2년 전 마주한 실패는 앞으로의 도전에 두려움을 극대화했고, 그 두려움으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도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당장 미래를 정해놓을 수도 없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시 한 구절이 나온다. “할 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거두라. 시간은 계속 달아나고 있으니. 그리고 오늘 미소 짓고 있는 이 꽃도 내일은 시들어 버린다네.” 주인공 존 키팅이 학생들에게 가르친 이 시는 현재를 즐기라는 말을 내포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선 명문대 진학이 필수였던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이에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학벌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방법을 깨친다.

  ‘현재는 어제의 미래이자, 내일의 과거’라는 말처럼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평행선상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살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뿐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나를 탓하진 않는다. 대신, 과거를 발판 삼아 현재를 깊이 고민해 나갈 것이다. ‘오늘의 나’에게 눈부신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김효주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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