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역 인근 도로변에 사주·타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건대입구역 인근 도로변에 사주·타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호기심이라는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 특히나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면 더욱 관심을 기울여 탐구하고자 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자신의 미래나 운세를 궁금해한다. 사람들은 이를 조금이나마 엿보고자 미지의 힘을 빌린다. 바로 별자리, 사주, 타로와 같은 ‘점성술’이다.

요즘 MZ, 점성술에 빠지다?
  점성술은 천체 현상을 통해 인간 생활의 운명과 장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유래됐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점성술은 불과 얼마 전까지 기성세대만의 문화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문화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대학가 근처 도로변의 점성술 가게에는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지난 1월, 알바천국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548명 중 63.5%가 별자리, 사주, 타로 등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대다수(84.5%)는 Z세대(1996~2010년생)였다.

  이처럼 점점 젊어지는 이용자층에 맞춰 공급자들도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이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것은 기본이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운세 앱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운세 앱 ‘점신’은 누적 다운로드 1,200만 회를 기록했으며, 점술 상담 중개 플랫폼 ‘천명’과 글로벌 모바일 운세 콘텐츠 서비스 ‘포스텔러’ 역시 인기다. 이러한 온라인 서비스도 간편하지만, 더 나아가 직접 점성술을 볼 수 있도록 공부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에 개설된 관련 강의 수는 서른여 개에 달하며, 유튜브상에서 ‘직접 보는 사주 해석’과 같은 영상이 적게는 10만 회에서 1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해 그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맹신은 금물!
  청년들의 놀잇거리로 자리 잡은 점성술. 그런데 가볍게 접근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결과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안정감을 주고 이정표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요.” 평소 사주·타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A 씨는 점성술을 자주 보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궁금해서 보기 시작한 점성술이 어느덧 위로와 해결책을 건네는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A 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 있을 때나 혼자 헤쳐 나가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점성술을 통해 자신을 위로한다”며, “점성술을 보는 가격이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점성술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잠시나마 해소하고 위안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무조건적인 믿음’이다. 본교 커뮤니케이션콘텐츠전공 김수희 교수는 “점성술이 반드시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무턱대고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결과에 의존하게 된다면 주체적 선택이 불가능한 운명론자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 인생의 정답은
  이토록 젊은 세대가 점성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청년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본인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결과를 향한 의존도가 더욱 증폭된다”며, “특히 사회인이 되기 이전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연령층은 불안감의 깊이와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전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사주·타로 가게를 운영하는 B 씨는 “대학가인 걸 감안하더라도 20·30대 손님이 가장 많이 가게를 찾는다”며 “주로 취업이나 직업과 같이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질문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는 경기 침체, 물가 상승, 취업난 등 여러모로 불안정한 시대”라며 “점성술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조언을 얻고자 가게에 방문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예측 불허한 미래에 맞서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점성술을 찾는 젊은이들. 그들이 점성술에 열광하는 데에는 호기심과 재미도 포함돼 있지만, 숨 막힐 듯 각박한 현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가벼운 위로를 얻거나 답답함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점성술을 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점성술의 결과에만 매몰될 경우, 삶의 주체가 주객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나아가야 할 길을 알기 위해 접했던 점성술. 앞길이 막막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단이기는 하지만, 역으로 본인을 갉아먹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바란다.

안나영 기자 anana27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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