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사람들(2012)』- 정수리/시와에세이 -

매향리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에 있는 마을로 일명 ‘쿠니사격장’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1951년에 한미행정협정(SOFA 이하 소파 협정)이 체결되면서 주한 미군의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다. 소파 협정은 양국의 상호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 안에 미군을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매향리 주민들은 500만 평의 연안어장과 50만 평의 농경지 및 임야를 헐값에 징발당해야만 했고 생계도 위협당하기 시작했다.

건강과 재산 모두 잃어야 했던 주민들의 설움을 담아낸 것이『매향리 사람들』이다. 이 책은 1편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2편 「잃어버린 고향」으로 구성된 단편소설 집이다.

1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주인공인 용석과 성구는 미군의 사격 훈련으로 생태계가 파괴된 갯벌에서 조개를 잡아 생계를 이어갔다. 노동운동으로 인해 빨간 줄이 그어진 용석은 도시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일부 주민들처럼 이주비를 받아 도시로 집을 옮겨도 일을 구할 수 없다. 폭격 훈련으로 인해 부모님이 돌아가신 성구 또한 마찬가지다. 직접 캐낸 바지락임에도 병이 생길까 두려워 먹지 못하는 이들은 하루빨리 미군이 자신들의 고향에서 나가주길 바랄 뿐이다.

여기서 제목으로 나온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용석의 형 길수를 가리킨다. 그는 아버지에게 고향을 떠나기를 권유하는데 이는 부모의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닌 이주비를 지원받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도 다시 돈을 탐내는 길수를 보면, 주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을 진행하는 미군을 상징하는 인물로 나타낸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매향리 인근에 조성된 사격장은 총 728만 평이며, 연간 약 250일에 걸쳐 사격이 시행됐다. 사격 횟수도 1일 600회를 넘었지만, 제대로 정화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오염된 포탄은 거리를 나뒹굴었다. 해상사격장은 구리,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갯벌은 다른 데에 비해 34배나 오염돼 그곳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납을 만지는 공장노동자의 1.7배나 납에 중독된 상태였다.

2부 ‘잃어버린 고향’ 편에서는 훗날 태어날지 모를 손자를 위해 오염된 고향에 오는 것을 반대하는 허 노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허 노인은 10년째 아이를 갖지 않은 아들 천호 부부와 귀향문제로 또다시 마찰을 빚게 되고, 천호의 엄마가 미군의 포탄을 맞고 죽은 숨겨왔던 사실도 말해버린다. 그러나 가족이 억울하게 죽었음에도 이들은 그 설움조차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

도시에서 재정 악화를 견디지 못해 고향에 돌아왔음에도 안정감을 느낄 새도 없는 천호를 보며 잃어버린 고향이라는 제목을 되새길 수 있다. 이야기에서는 아이를 갖게 된 천호 아내가 오염된 해산물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밤새 계속되는 폭격에 배를 감싸 쥐며 잠을 자는 모습을 통해 매향리가 새로운 생명도 보호받을 수 없는 환경인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자료를 보면 사격장이 건립된 이후 오폭 사고와 불발탄 폭발로 인해 사망자 12명, 손목 절단 및 옆구리 부상 등 오폭으로 인해 중상·부상을 당한 주민은 15명이 넘는다. 그 밖에도 소음과 폭발 여파 등으로 인한 주택 파괴, 소음에 따른 난청 현상, 대규모 환경 및 연안어장 파괴 등 713가구 4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겪었다. 결국, 주민들은 수차례 사격장 점거농성을 벌이며 국회, 정부에도 청원을 제출했다. 그 결과 2000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그 후 국방부는 매향리의 해상 사격장을 비롯한 719만 평을 넘겨받았고, 매향리 사격장은 54년 만에 완전히 폐쇄됐다.

8월 20일은 매향리 쿠니사격장 폐쇄 1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지난달 29일 ‘2015 매향리 평화예술제’가 열려 문화예술단체 공연과 사진전, 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하지만 반환 10년이 되도록 중금속 오염 치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와 화성시가 국방부에 육상과 해상의 오염 치유를 요구해왔으나, 갯벌에 대해서는 오염 치유를 지원한 선례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미국과 정부에 의해 발생한 피해임에도 이후의 문제를 주민들이 안게 됐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받았던 고통이 형태만 다를 뿐, 아직도 매향리에서 이어지고 있다.


문아영 수습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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