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김새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독사 발생 현장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마지막 이사를 돕고 있는 유품정리사 김새별입니다.

유품정리사는 어떤 직업인가요
  대부분 유품 정리는 특수청소와 병행됩니다. 고독사나 자살, 살인 등의 이유로 돌아가신 고인의 자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이후에 유품을 정리하죠. 유품은 현물 가치가 있는 것과 정서적인 물건으로 구분해 유족에게 전달합니다. 이처럼 청소와 유품 정리를 종합적으로 하는 게 유품정리사의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직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산 사람들을 위한 직업에 가까워요.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이 일을 하기 전 장례지도사로 일했습니다. 그 당시 장례를 치르고 간 유족의 요청으로 고인의 집을 정리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날의 기억을 잊기 싫어 블로그에 일기를 작성했죠. 그런데 해당 글을 보고 어느 분이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그 이후로 ‘세상에 이런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들 억만금을 줘도 못한다고 할 때 먼저 나서서 했던 일이기에 직업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확실해요.

청소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어떤 병으로 돌아가셨을지 모르므로 가장 먼저 소독을 합니다. 그런 뒤 ‘오늘 저희가 마지막 이사 잘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를 담아 묵념을 하고, 돌아가신 자리부터 청소합니다. 보통은 돌아가신 자리를 겨울 이불이나 상자로 덮어놓고, 물건들을 다 뺀 뒤 마지막으로 장판을 버리며 고인의 자리를 정리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고인을 위해 번거로워도 돌아가신 자리부터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유품을 정리해 나갑니다. 이후에는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악취를 제거해 주는 약품을 분사한 뒤, 끝으로 ‘저희가 오늘 작업 잘 끝냈습니다. 좋은 데로 가십시오’ 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유품이 있으신가요
  모든 유품이 기억에 남지만 최근에는 양주나 건강식품이 기억에 남아요. 주로 자식들이 부모를 위해 사 온 물품들이죠. 먹기에는 너무 아깝고 고마워서 건들지도 않다가 결국 버려지는 거예요. 이것 외에도 어르신들의 집을 정리할 때면 쓰지도 않은 새 물건들이 자주 나와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일을 하며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죽음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고독사가 제일 많아요. 제가 다니는 현장의 90%는 술병으로 가득하고, 80%는 집 안이 마치 쓰레기장 같아요. 대부분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분들이죠. 일자리가 없어서 술로 인생을 달래다 결국 돌아가신 분들을 자주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유품정리사에 대한 많은 문의를 받았어요. 이들에게 제 일을 영상으로 알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 영상이 죽음을 준비하던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그들은 죽음이 무서워서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이나 줄 매듭법, 자살하는 법 등을 검색해 보곤 하거든요. 그런데 알고리즘으로 인해 제 영상을 보고는 다시 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간, 외부 강연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이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고독사에 대한 이슈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하는 것 같아요. 제게 연락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해요. “우리 가족에게 이런 고독사가 발생할 줄 몰랐다.” 모든 사람이 그래요. 고독사는 혼자 사는 사람들만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더더욱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과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사단법인을 만들고 기부금을 받아서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을 도우려고 했지만, 쉽지 않네요. 그래서 지금은 저와 뜻을 같이하는 사단법인과 힘을 모아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무료로 청소해 주고, 전문 선생님에게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제 꿈이고 목표예요.

안나영 기자 anana27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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