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BTS의 뷔가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며 나온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인물 좋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왕자님 같다는 유재석, 조세호의 칭찬과 함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뷔가 연습생이 되고 싶어 서울로 올라왔고,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멤버들을 만났을 때 너무 부족한 자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멤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인터뷰를 보면서 퇴임하신 원로 교수님과 며칠 전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삼밭의 쑥대’란 말이 이렇게 살아보면 참 중요하고 맞는 말인 거 같아요.” 미술계와 교육계에 오랜 시간 몸담고 계셨던 원로 교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남아 전해보고자 한다. 

  삼밭에 쑥대는 ‘마중지봉(麻中之蓬)’으로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삼대처럼 곧아진다는 뜻이다.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저절로 꼿꼿하게 자라듯이, 좋은 환경에 있거나 좋은 벗과 사귀면 자연히 주위의 감화를 받아 선인이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즉, 주위 환경에 따라 심성이 다르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하찮은 쑥도 삼과 함께 있으면 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중지봉의 유래를 알아보면 ‘蓬生麻中 不扶自直 白沙在尼 與之皆黑’,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고,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진다는 뜻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일컫는다. 삼은 하늘로 곧게 뻗으면서 자란다고 한다. 쑥은 보통 무릎까지 자라지만 쑥이 삼밭에 났을 때는 삼과 똑같이 곧게 자란다. 삼이 한 자 자라면 쑥도 한 자 자라고, 삼이 다섯 자 자라면 쑥도 다섯 자 자란다. 사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삼과 쑥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

  즉, 어떤 환경에 있는지가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환경 중에서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비옥한 토양, 햇살, 바람 등의 자연환경은 내 의지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삼과 쑥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까? 어떠한 열망을 향한 열정과 땀, 소통, 배려 등은 스스로 노력해 이뤄 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나아간다면 성장 환경도 점점 나아지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애쓰고 도전하며 고운 밭을 준비하고 만들어 가 봤으면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만들어 갈 수 있는 변화의 긍정의 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어느새 서로가 서로의 삼이 돼 쑥쑥 성장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구모경 (예술대학 회화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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