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사라진다』. 며칠 전, 교내 도서관에 들렀다가 덜컥 대출한 책이다. 9월에 나온 신간으로 북 카트에 놓여 서가에 정리될 운명을 기다리던 찰나에 선점했다. 책 속에는 영화표 값, OTT 서비스 등 요즘 화두에 오른 논제들이 총망라했다.

  필자는 영화를 좋아한다. 책, 연극 등 수많은 예술 중에서도 왜 영화냐고 묻는다면, 방대하고도 무자비한 세계관 때문이다. 영화는 참 많은 세상을 조명한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아주 먼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어제 했던 푸념처럼 아주 가까운 세상을 담기도 한다. 그런 세계를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그려낸다. 참으로 경이로운 예술이지 않은가.

  물론 모든 영화가 이런 위대한 작품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극장에서는 폭소가 나왔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는 영화도 있고, 제작비의 사용처가 궁금해지는 영화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영화에도 낭만이 있다. 의도가 있고, 목표가 있고, 신념이 있다. 작은 규모였지만 직접 단편영화를 찍어본 뒤 절실히 느꼈다. 영화 한 편에 들어가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영화는 사람을 갈아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영화를 위해 인생을 바친다.

  그렇지만 요즘 한국 영화는 망한 것처럼 보인다. 아니, 망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위해 살지만, 관객들의 눈은 무자비하게 높아졌다. 스크린 독점을 서슴지 않던 극장의 업보, 언젠간 마주해야 했을 예견된 미래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망길’에 오를 것인가. 여전히 극장 앞에서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있다. 오늘도 촬영장에 나가 열심히 뛰는 스태프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이번 영화 제발 잘 나오게 해주세요.”

김한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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