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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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내가 사랑받는 아이가 될 수 있는 걸까?” 사랑하고, 받고 싶었던 마츠코. 중학교 교사에서 불륜녀, 히키코모리, 그리고 살인범이 된 그녀를 그렇게 만든 건 그녀 자신인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가. 사랑을 원했으나 끝내 외롭게 생을 마감한 그녀의 일생을 두 기자가 상반된 시각으로 바라봤다.

혐오스럽지만 아름다운

  쇠약한 여동생만 아끼는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마츠코. 그녀의 인생은 교사 시절 단 한 번의 실수로 완전히 꼬여버린다. 집을 나와 가족과 절연한 그녀는 사랑하던 남자들에게 배신당하고, 호스티스 일을 하다 기둥서방을 죽여 감옥에 간다. 강제로 사직서를 썼을 때, 첫사랑이었던 연인이 눈앞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살인을 저질렀을 때 그녀는 인생이 완전히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츠코의 불행한 일생은 그리 간단히 끝나지 않았다. 

  옛 제자이자 마지막 연인인 류에게도 끝내 버림받은 마츠코는 더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며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을 격리한다. 건강, 사랑, 행복 모든 걸 포기한 채 정신과를 드나들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마츠코는 병원에서 우연히 오래전 친구를 만난다. 친구 메구미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꾸자고, 도와줄 테니 꼭 연락하라며 명함을 내민다.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삶이 다시 한번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그녀의 인생은 여기서 끝난다. 집 근처 강가에서 고향을 떠올리며 새롭게 일어설 결심을 한 그날 밤, 불량 학생의 폭력에 의해 덧없고도 쓸쓸하게 말이다.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마저도 흘러가던 비극적인 삶은 비로소 희망을 찾은 순간에야 가차 없이 끝나버린다.

  마츠코가 떠나가고, 그녀의 남동생 노리오는 고모의 삶을 궁금해하는 아들의 질문을 받는다. 그의 답은 ‘시시한 인생’. 과연 마츠코의 인생을 시시하다고 폄하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질 낮은 남자만을 선택해 스스로 지옥에 떨어진 멍청한 여자라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불운이 오로지 그녀의 선택에서 비롯된 걸까. 무심한 가족과 일그러진 사랑으로만 다가오는 가혹한 운명이 마츠코를 불행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마츠코는 단지 주어진 운명 앞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으려 몸부림쳤을 뿐이다.

이나윤 수습기자 dmhmm5@naver.com

 

사랑의 미학

  영원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마츠코. 하지만 그녀는 온전한 애정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다.

  교사 시절, 학생이 저지른 절도를 감싸기 위해 본인이 훔쳤다고 거짓으로 고백한 마츠코는 사직서를 쓰는 불명예를 안고 집에서 달아난다. 그녀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마츠코는 그의 라이벌이었던 유명 작가 오타노와 불륜을 저지른다. 하지만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의 아내를 찾아가고, 결국 모든 사실을 들키고 만다. 계속된 비극에도 고결한 사랑을 향한 마츠코의 갈증은 끝나지 않았다. 유키노라는 새 이름으로 단숨에 유흥업소의 에이스가 된 그녀. 업소 일로 벌어들인 돈을 모아 새 연인과의 도피를 꿈꾼다. 그러나 실수로 그를 살해하게 되고, 경찰을 피해 떠난 낯선 곳에서 동네 미용사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진다. 경찰에 들켜 수감되면서도 미용사가 자신을 기다려줄 것이라 믿지만, 그가 이미 단란한 가정을 이뤘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이후 교도소에서 배운 기술로 미용실에 취직하고, 운명의 장난처럼 옛 제자 류를 마주친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확신한 마츠코는 친구 메구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쿠자가 된 그에게 평생 헌신하기로 다짐한다.

  마침내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버림받은 마츠코는 자신의 불행을 비관하며 연신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 되뇐다. 하지만 평생의 사랑을 찾아 헤맨 그녀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은 사랑하지 않았다. 공평한 애정을 줬던 아버지, 언니를 동경하고 사랑하던 동생 쿠미, 최후의 순간까지도 친구를 그리워한 메구미. 무수한 헌신과 애정이 존재했음에도 마츠코는 두 눈을 가린 채 뒤틀린 욕망에 집착했다. 가혹한 운명을 탓하며 달아난 매 순간, 사랑받기 위해 저지른 엽기적인 행각마저도 오로지 그녀의 선택이었다. 한순간도 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한 마츠코. 그 혐오스러운 일생에 아름답다는 평가는 과분한 사치에 불과하다.

이지은 기자 jieuny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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