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른이 되면 언변에 능숙하고 맡은 일을 실수 없이 해내며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성인이 된 우리는 한심해 보이고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내가 누군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갓 태어난 아이 같습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직면하게 될 때면 스스로가 혐오스럽기도 합니다. 세간에서는 정해진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가라고 떠들어 대는데 당장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니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렵기만 합니다. 우리 모두 사춘기를 겪듯 머릿속이 복잡하고 존재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벌새>의 대사 중 일부입니다. 모순되게도 우리는 삶을 사랑해서 미래를 고민합니다. 때로는 혼자만 방향을 잃은 것 같아 외롭고 불안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암울한 생각을 하다가도 행복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매일이 행복하기도 어려운 법이지만, 매일이 슬프기도 어렵다는 것을 아시나요? 테스트를 해봐도 좋습니다. 과연 나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웃었던 적이 없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곁에는 소위 ‘내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무너질 때 기댈 수 있는 기둥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일에서 실수를 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한잔하자고 부르는 친구가 있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가져와 위로해 주는 반려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냥 슬프게도, 기쁘게도 살 수 없는 인생이 참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에서 남들만큼 하는 척 맞춰 사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언젠가 나만의 길을 걷고 있을 그날을 그리며 오늘 밤은 부디 안녕하길 바랍니다.

이지형 학생 논설위원 (커뮤니케이션콘텐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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