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양윤아

 

간단한 자기소개와 디자이너님이 설립하신 비건타이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비건타이거 디자이너 양윤아입니다. 비건타이거는 2015년 11월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비건 패션 브랜드로, 동물성 원부자재 대신 생명을 착취하지 않는 비동물성 소재와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건타이거는 어떤 소명을 가지고 설립한 브랜드인가요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을 사랑하게 됐어요. 그러다 동물보호 NGO 단체에서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돌연 가입해 3년 동안 활동했고요. 그중 겨울마다 잔인하게 채취된 모피나 울, 동물 가죽 사용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했는데, 그래도 저는 옷을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실태를 알고 나니 살 수 있는 소재의 옷들이 많이 없는 거예요. 이걸 대체하는 시장이 없으면 이 캠페인을 영원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만든 게 비건타이거입니다. 패션에서 희생되는 동물이 없으면 좋겠다는 사명이 있어요. 그래서 많이 사용되는 동물성 소재를 비동물성 소재로 만들어도 충분히 멋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동물을 해치지 않고 의상을 제작하는 경우, 포기하고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는 고충은 없나요
  모피나 가죽은 좋은 대체재가 많아서 포기할 게 많이 없기는 해요. 근데 울이나 실크는 그렇지 않아요. 다양하고 예쁜 것도 많으면서, 깔끔하고 단순한 실루엣이어도 소재에서부터 이미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 잘 팔리는 상품이란 말이죠. 이런 상품을 포기하는 게 어려워요. 이를 포기하고 다른 상품으로 채워나가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비건 소재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자질이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어떤 취향에 한정돼 있기보다 다른 것을 경험해 봐야 다양한 스타일링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패션 디자이너는 타고난 감각 그리고 감각을 훈련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해요. 거기에 정신력도요. 패션 디자이너는 본인 작업에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다른 사람의 작품에 감탄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 채워나갈 수 있는 정신력이 있어야 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이 있다면요
  학생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은 활동은 인턴십이에요. 옷 자체가 좋아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스타일링을 하는 게 좋은지, 색상 감각이 탁월한지, 공학적 감각이 있는지…. 이들에 대해서는 업계에 발 들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어요. 또한 패션에도 다양한 영역이 있잖아요. 학생들이 여러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에 대한 디자이너님만의 신념은 무엇인가요
  되게 감격스러웠던 소비자분이 있었는데, 저희 브랜드가 너무 좋아서 저희 브랜드에서 산 맨투맨은 건조기에 돌리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이게 정말 감동을 주는 거예요. 패션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내 옷을 구매해 줌으로써 생명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 옷을 아끼고 오래 입고 싶은 마음이 들게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제가 디자이너로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이에요.

 

패션업계에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매 시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게 기존 패션 시장에서 당연시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관습이 많은 재고를 만들고, 유행이 지나면 입지 않을 상품으로 남으면서 지구가 감당해야 할 면이 꽤 커졌어요. 지구를 황폐화하는 요인에 패션 산업은 항상 순위권에 들어요. 그게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장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제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꾸준히 보여주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열망이 있으면 그 열망을 좇으면 되는 거고, 고민이 있으면 다른 데 한눈팔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NGO 활동을 하고 비건타이거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내가 선택하고 관심 있는 모든 것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기 때문에 고민 없이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다연 기자 redbo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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