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막연한 호기심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대중교통에서 잠이 오는 이유, 키 스하는 이유, 데자뷔가 일어나는 이유, 그리고 여행을 가는 이유까지. 궁금했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보진 않았던 주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4명의 기자가 뭉쳤다. 그 답이 알고 싶은 당신을 이 신비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왜 졸음이 쏟아질까?

대학생 A 씨는 학교로 가는 버스에서 까무룩 잠이 들어 목적지로부터 한 정거장을 지나치고 나서야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렸다. 이처럼 우리는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타면 쏟아지는 졸음을 견뎌내곤 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좌석에 앉기만 하면 머리가 무거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진동수’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일본철도기술연구소가 지하철의 진동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진동수는 2Hz로 나타났다. 1초에 약 두 번이 떨린다는 의미로, 이는 사람들이 가장 잠들기 쉬운 환경에 해당한다. 흔들의자처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요람도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진동은 때때로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멀미는 과도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에 노출될 때 발생하는데, 사람의 몸이 흔들리면 귀와 눈, 발바닥이 균형을 잡으라는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이때 각 신체 부위에서 보내는 신호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뇌의 혼란으로 이어져 멀미가 발생한다. 멀미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구토, 메스꺼움, 복통이 있지만 졸음과 피로도 유발될 수 있다. 즉, 대중교통 이용 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멀미 증상이 졸음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대중교통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졸음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의 이산화탄소량은 비혼잡시간대와 혼잡시간대 모두 대중교통 공기질 권고 기준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처럼 대중교통에 탑승한 많은 승객이 호흡을 통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이로 인해 내부에 이산화탄소가 가득 차 뇌로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 나른해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조는 것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게다가 그날의 피로까지 더해진다면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잠의 성지가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일 같이 대중교통에 몸을 실어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안나영 기자 anana2780@naver.com


사람들은 어쩌다 키스하게 됐을까?

키스, 애정 표현으로써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행위다. 인간은 언제부터 ‘키스’를 하기 시작했을까. 타인과 침을 섞는 건 생존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썩 청결하지도 않다. 또한 2015년 발표된 미국인류학학회의 한 연구에선 연인들 간의 낭만적이고 성적인 키스는 전 세계 168개의 문화 중 단 46%에서만 나타난다고 밝혀졌다. 이 독특한 행위, 그 유래에 관한 수많은 가설 중 자주 논의되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엄마가 아이에게 입으로 음식물을 먹이는 것에서 키스가 비롯됐다는 설이다. 이는 비인간 동물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행위로,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인 침팬지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어미의 양육 행위를 통해 연인 간의 낭만적인 키스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렵채집사회에서 키스가 유래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남성이 사냥을 위해 외부로 나간 사이 집에 남아있던 여성이 음식을 몰래 먹진 않았는지 확인하고자 입안을 훑으며 냄새를 맡고 맛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남성만이 외부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으며, 굳이 번거로운 행위로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상대방의 매력을 평가하기 위함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키스하는 동안 서로의 체취를 맡으며 면역적 매력을 측정하고, 바이러스를 교환하며 상대의 유전자적 특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처음 키스를 시작한 사람은 ‘키스가 상대방을 알기에는 제일 정확하더라’라며 이를 열렬히 전파했던 것일까. 이 역시 물음표만을 남긴다.

키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유쾌함을 주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특히 옥시토신은 감정 조절과 애착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한때는 수단에 불과했을 키스가 어느새 목적이 됐다. 키스가 가진 ‘사랑’ 효과로 인해 행위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라 했던가. 아무렇지 않게 키스하다가도 문득 궁금해지게 될 것이다. 이 유별난 행위의 유래에 대해서.

진효주 수습기자 artcs1004@naver.com    


데자뷔는 왜 일어날까?

‘어? 이건 분명 전에….’ 처음 겪는 순간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진 적 있지 않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 풍경, 그리고 상황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데자뷔(Déjà vu)’. 이는 1900년 프랑스의 의학자 플로랑스 아르노가 처음 정의했으며, 이후 초능력학자 에밀 보아락에 의해 프랑스어 ‘Déjà(이미)’, ‘vu(보다)’라 명명됐다. 미지의 존재가 일으킨 장난 또는 시간여행 같기도 한 이 기묘한 현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지금부터 데자뷔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보자.

데자뷔를 설명하는 유명한 가설 중 하나는 바로 ‘환생’이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 겪는 또 다른 삶, 즉 전생에서의 기억이 종종 깨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1956년, 영국의 소설가 조안 그랜트는 본인이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아들, 아메리카 원주민의 생을 거쳐 총 40번을 환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면 이는 허무맹랑한 소설에 가깝다.

이제 과학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앞서 등장한 에밀 보아락은 “데자뷔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뇌의 신경화학적 오류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홀로그램 이론’은 처음 접하는 장소와 유사한 이미지를 가진 옛 기억이 중첩되는 순간을 주목한다. 실제로 인간의 뇌는 경험을 압축해서 저장하며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과 눈앞의 현실을 비교한다. 그 과정에서 이전의 경험이 명확히 떠오르지 않을 때 데자뷔를 겪게 된다는 얘기다. 단순 시차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독립된 두 가지 사건이 0.025초보다 짧은 시차를 갖는다면 그들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의 시차를 가질 경우 둘을 별개의 사건으로 구분한다. 이때 기시감이 발생하는데, 그 오묘한 느낌이 바로 데자뷔인 것이다.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지는 미스터리, 데자뷔. 오늘날까지 명백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 비밀을 푸는 날이 오길 바란다. 어쩌면 데자뷔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 주어진 소소한 힌트는 아닐까.

이지은 기자 jieuny924@naver.com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가고 싶어 할까?

“아, 여행 가고 싶다.” 방학이 다가오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이 말을 입버릇처럼 툭 내뱉곤 한다. 게다가 해외로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이나 SNS에 올라온 여행 중인 친구의 사진을 보면 이런 마음은 더 부푼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이 기분, 우리는 왜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어 할까?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 내부에 △생리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다섯 가지 욕구가 단계를 이루며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여행에 대한 욕구는 이 중 ‘소속 욕구’에 가깝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자 한다. 이때, 여행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우리는 여행에서 마주한 다양한 사람들과 소속감을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감정적, 인지적 성장을 이뤄내고, 낯선 곳에서 배우는 사회적 교훈으로 결국 자아실현까지 해낸다.

최근에는 SNS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면서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욕구들이 더욱 자극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 콘텐츠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밈 투어리즘(meme tourism)’이 대표적이다. 이는 관광의 한 형태로, 각 관광지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콘텐츠를 보고 이를 모방하고자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일례로 일본 오사카의 ‘글리코상 전광판’ 앞에서 전광판 속 캐릭터와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행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콘텐츠는 유행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더 자극한다.

쳇바퀴 같은 일상, 그곳에서 잠시 벗어나는 여행은 사막 속 오아시스 같다. 또, 낯선 여행지는 다양한 감정을 선사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 그러니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실행에 옮겨보자. 나를 위한, 나에게 맞는 여행을 떠난다면, 한 뼘 더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박서현 수습기자 seose0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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