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이진숙

매일 살인범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인천 모자 살인사건, 동춘동 초등생 살인사건, 고유정·이춘재 살인사건 등을 담당한 국내 1호 여성 범죄심리분석관(이하 프로파일러) 이진숙 씨다. 따듯한 대화를 통해 범죄자들의 내면을 이끌어 사건의 실마리를 거침없이 풀어 나가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범죄분석요원 1기로 특채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일하고 있는 프로파일러 이진숙입니다. 2005년 7월에 프로파일러로 선발된 후,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훈련을 마치고 200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파일러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수사 경찰, 즉 형사와 비교하면 될 것 같은데요. 형사는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프로파일러는 이를 면담으로 진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사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이다 보니 풍부한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습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석사과정으로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학생 생활연구소에서 6년 6개월간 근무했어요. 석사를 마치고 교육사회학 박사과정이 끝날 때쯤 우리나라 경찰청에서 처음으로 프로파일러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시점과 딱 맞았던 거예요. 평소 상담에 관심이 많았던 저로선 범죄자와 상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석·박사과정을 함께 공부했던, 당시 경찰청에서 근무하셨던 분의 권유도 있었고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파일러는 몇 명인가요
  1기부터 8기까지 총 37명입니다. 그중 특채자가 아닌 사람이 4명 정도 포함돼 있고요. 인천경찰청은 저와 7기 후배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 남부는 4명의 프로파일러가 있고요. 나머지 시·도청은 2명 정도가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내 여성 프로파일러 수는 약 26명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성이 프로파일러를 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나요
  사실 여성과 남성이 특별히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성 프로파일러가 강력범죄자를 만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기에 오히려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범죄자의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여성에게 더 있기도 하고요. 프로파일러와 면담하는 범죄자는 이미 검거됐거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기 때문에 공격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기본적으로 상담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보니 방어벽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공격 상황으로 전개되는 일은 거의 없죠.

광역 분석’을 할 때는 새벽까지 여러 지방청 프로파일러가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분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합동 분석’ 역시 수일간 이뤄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로파일러의 업무 진행 방식이 궁금합니다
  보통 한 달 중 절반 정도는 타 지역 경찰청(이하 타청)의 업무를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천검찰청의 사건을 타청 직원들과 합동으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아주 큰 사건이 아니라면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이를 분석합니다. 사건 내용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첫날과 둘째 날은 새벽 2~3시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셋째 날은 각자의 보고서를 합쳐서 논리적 흐름을 확인하고 작업을 마무리하죠.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을 설명해 볼게요. 첫날은 미리 받은 사건자료를 읽고 각자 파악한 사건의 실체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합니다. 각자의 주장과 그 주장을 반대하는 입장이 왔다 갔다, 정말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죠. 이견 없이 한쪽으로 의견이 모일 때까지 논쟁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이 언제 끝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일정이 진행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분석을 위해 다짐하는 바가 있다면요
  인간적인 측은지심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들이 나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좋은 양육자를 만났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문제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죠. 다만, 자신이 왜 그런 일에 연결됐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 현장이 궁금합니다
  모든 사건이 기억에 남고 특이하다고 느껴지지만, 특히 피해자나 피의자의 연령대가 낮으면 조금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에요. 중학생이 아버지를 때려 사망하게 만들거나 고등학생이 살인을 저지르거나,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프로파일러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범죄자들과의 면담이 누구나 가능한 일은 아니라 그런지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또, 똑같은 살인이라도 범죄의 내용이 모두 달라서 매번 새로운 일을 하는 것만 같은 신선함이 있어요. 이런 부분이 제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반복되는 일을 잘 못 견디거든요.

프로파일러로 일하며 생기는 고충이 있다면요
  주요 업무가 살인 피의자들을 만나고 험한 사건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다 보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잘못된 판단이 한 개인을 단죄하는데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면 늘 두려워요. 그래서 어떤 사건도 소홀히 다룰 수 없어요.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편이라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두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프로파일러가 갖춰야 할 자질이나 역량이 있다면요
  특별한 역량이 필요하진 않아요. 프로파일러에 필요한 능력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도 사람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또, 석사과정에서 심리, 상담, 사회학 등을 공부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되는 통계적 지식도 갖춰야 해요. 요즘은 빅데이터 분석도 프로파일러의 업무에 활용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지식 역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야 하는 것에만 몰입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해야만 하는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최소한 젊었을 때, 대학생 때는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해 보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여러분은 누구에게 기대기만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부모, 양육자라는 것을 기억하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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