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 수요 감소로 사라진 ‘졸준위’
갤러리 대관 550만 원, 학생들은 부담스러워

△지난달, 디지털공예전공에서 진행한 졸업작품전이다
△ 지난달, 디지털공예전공에서 진행한 졸업작품전이다

 

  우리는 더 큰 사회로 발을 내딛기 전, 졸업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는다. 졸업 행사(△졸업 공연 △졸업 전시 △졸업식)는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유행하며 2년 넘게 주춤했다. 다행히도 올해 3월부터 본교의 전면 대면 체제가 확정되면서 졸업식뿐만 아니라 졸업 전시 및 졸업 공연 홍보로 캠퍼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비어있는 졸준위, 이유 있는 부재
  그러나 본교는 여전히 총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졸준위는 학사복 대여 사업 및 졸업 앨범 제작을 담당하는 학생자치기구로, 2020년 이후 코로나로 인해 사라진 뒤 현재까지 꾸려지지 않았다. 졸준위가 다시 돌아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생지원팀 심기중 직원은 ‘졸업 앨범 수요 급감’을 꼽았다. 졸업 앨범 제작은 총 1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사업이자, 졸준위의 핵심 사업이다. 3월에 제작 업체를 선정해 진행 계획을 세운 뒤, 5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촬영을 진행한다. 그리고 11월 전까지 앨범 디자인을 선정한 후 검수를 거쳐, 이듬해 2월 중 졸업생에게 앨범을 배부한다. (본지 보도 2022년 11월 30일 제518호 3면)

  코로나 이전부터 졸업 앨범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으로 졸업 앨범 제작을 원하는 인원이 제작 단가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졸준위는 자연스레 본교 내에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써 본교는 2019년을 끝으로 졸업 앨범을 제작하지 않으며, 졸준위는 2020년 이후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 학사복 대여 사업은 학생지원팀에서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졸준위가 사라지는 현상은 비단 우리 학교만 겪는 고충은 아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측은 “졸준위를 따로 꾸리지 않고 졸업 관련 사항은 총학생회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작년까지 제작됐던 졸업 앨범에 대해서는 “수요 미달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동일한 이유로 2018년 경기대 학생총회는 졸준위를 폐지 안건으로 삼기도 했다.

난관 극복해 가며 완수하는 졸전
  한편, 본교 디자인대학과 예술대학의 졸업요건에는 공연 및 전시가 포함돼 있다. 그중 학생들이 올리는 대다수의 졸업 전시(이하 졸전)는 동덕학원 산하에 있는 동덕아트갤러리(이하 갤러리)에서 이뤄진다. 이에 작년 12월, 본교 에브리타임 미디어디자인전공 게시판에 한 학우가 ‘한 번 하는 졸전 비싸고 좋은 데서 하면 어디 덧나나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갤러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졸전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2024 동덕여자대학교 디지털공예과 졸업작품전’인 《META FRAME》이 개최된 갤러리에 방문해 졸전이 진행되는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봤다. 먼저 전시관 대여에 관해 디지털공예전공 졸업준비위원회 위원장 서재원(디지털공예 20) 씨는 “전시는 매년 갤러리에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사실상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고 설명했다.

  졸전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단연 비용 문제다. 디지털공예전공 학생들이 졸업작품전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갤러리 대관료는 550만 원이다. 여기에 보증금 30만 원을 더하면 총 580만 원이 들었다. 갤러리 측은 “외부인은 1,100만 원을 받고 있으나 재학생들의 졸업 전시는 50% 할인된 금액인 550만 원에 진행된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금전적인 부담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졸업작품전에 참여한 학우 A 씨는 “할인이 들어간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문수빈(디지털공예 19) 씨는 “대관료나 도록 제작 등 졸업 작품 준비를 위한 회비만 인당 80만 원이 조금 넘는다”고 설명하며, “대관료의 비중이 타 대학에 비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도 마냥 순조롭지는 못했다. 사전에 갤러리 측으로부터 드릴 사용이 불가하다는 공지를 받아, 서 위원장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드릴을 이용하고 이후에 원상 복귀를 해 놓지 않을 시 보증금에서 차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벽에 설치하는 작업물을 대부분 얇은 실못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학우 B 씨는 “교수님께서 드릴이 후작업 하기 편하다고 하셨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드릴 사용이 안 돼서 아쉬웠다”고 답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본지와 인터뷰한 디지털공예전공 학생들은 전시 준비 중 어려움에 부딪혀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가장 많이 보였다. 비용이 부담되고, 전시 환경에 제약이 생겨 난감한 처지에 놓이더라도 ‘어차피 해야만 하는 졸업 전시이기에 모두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졸업 행사는 배움의 결실을 맺는 단계로써 학생들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학생들이 치열했던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의 더욱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김다연 기자 redbo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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