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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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관심을 사로잡고자 일부러 약물 부작용을 일으키며 자기 몸을 훼손한 시그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인정과 관심을 위한 시그네의 거짓말과 투병생활, 그로 인해 변화해 가는 그의 삶을 그린다. 관심을 위한 시그네의 행동은 온당할까. 자기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두 기자가 상반된 시선에서 바라봤다.
 

욕심이 부른 파멸

  본인의 유명세에 심취한 행위 예술가 남자친구 토마스, 그 옆에 지극히 평범한 시그네는 그의 무관심에 지쳐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시그네는 개에게 물린 행인을 보게 되고 피범벅이 되면서까지 그를 구해준다. 그렇게 ‘시민을 구한 영웅’이 되자 되돌아오는 건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열렬한 관심. 무료한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에 느낀 희열도 잠시, 자신을 치켜세우던 주위의 반응이 점점 사그라들자 관심을 되찾기 위한 온갖 거짓말과 아슬한 행각을 펼친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대중의 연민을 자극하는 것. 약물 ‘리덱솔’을 오남용해 일부러 피부병에 걸리며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이에 걷잡을 수 없이 병세가 심각해져 병원에 입원하지만 그럼에도 약을 먹은 사실을 토로하지 않는다. 게다가 CT 촬영도 거부하고 퇴원하기까지 한다.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거짓말을 수습할 용기가 없어 자신을 갉아먹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스스로보다 주변의 관심이 더 중요하다.

  불행 중 다행일까. 그런 그에게 패션잡지 에이전시로부터 모델 제의가 들어온다. 기자인 친구 마르테에게 자신의 인터뷰를 담아달라 부탁했고, 남들과는 다른 신문 속 시그네의 사진에 흥미를 느낀 것이다. 패션잡지 표지의 주인공이 돼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감정을 겪자,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상태도 외면하며 모델 일을 고집한다. 피를 토하고 밥 먹듯 쓰러지더라도 ‘관심’이라는 갈증에 몸부림치는 그에게 예전의 평범한 모습은 없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결말은 어쩌면 거짓말을 시작한 이상 정해진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영화 내내 오로지 ‘보여지는 자신’에만 사로잡혔던 시그네에게 자기애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열등감에 발버둥 치고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자기 자신은 늘 뒷순위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과연 우리는 본인의 목숨을 담보로 관심을 갈구한 시그네를 ‘나르시시스트’라 부를 수 있을까.

박서현 수습기자 seose011@naver.com
 

자기애, 삶의 원동력

  평범한 카페직원인 시그네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는다. 개에게 물린 사람을 지혈해 주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것이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짜릿함을 경험한다. 타인의 관심을 한 번 맛본 이상 이전처럼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던 시그네는 일부러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인 ‘리덱솔’을 남용해 피부병에 걸리게 된다. 부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자신을 꿈꾸면서.

  그렇게 시그네는 본인의 질병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소병이라 거짓말까지 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다. 동시에 그는 고단한 투병 생활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으로 각종 언론사 인터뷰뿐만 아니라 패션모델 활동의 기회도 얻는다.

  약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의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자기애를 채울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시그네. 헤겔의 『정신 현상학』 에서는 사람은 ‘인정’을 받기 위해 스스로 희생할 때 비로소 자신을 ‘인간’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또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 끊임없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지극히 원초적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보다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위해 타인의 인정을 갈구한 시그네 역시 인간적인 행동을 했을 뿐이다.

  인정욕구로서 자기애를 채우는 그는 자신을 극도로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다. 오늘날 사회는 이런 나르시시스트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크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삶에 있어 필수 요소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소 극단적이고, 떳떳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희소병에 걸리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채 패션모델이 되고 성장 서사의 주인공이 되는 삶. 한 번쯤 꿈꿔 볼 만하다. 결국 시그네는 누구보다 자신의 욕구에 솔직했고, 그를 실현했다.

진효주 수습기자 hyoju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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